부천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온 곽길숙 씨. 곽 씨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최근 몇 년간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4월, 평생을 조금씩 모아 온 돈으로 고향인 진도에 집 한 채를 마련한 것.
그것도 어릴 적 살았던 동네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집, ‘허백련 화백의 고택’이었다. 진도가 고향인 허백련 선생(1891년(고종 28)~1977년)은 한국화단에서 남종화의 맥을 이은 대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선생이 살았던, 백 년도 더 된 고택을 구입하게 되었으니 곽 씨는 그야말로 스스로 횡재했다 생각을 했던 것. 그래서 몇 년 후 은퇴해 그 집에 내려가 살 생각에 잔뜩 꿈에 부풀렀다고 한다. 하지만 곽 씨가 인천에 거주하고 있어 자주 내려가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 집수리와 관리를 진도에 거주하고 있는 친 오빠에게 부탁하고 수리비도 보내주곤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수리 진행 과정이 궁금하여 진도 집에 내려가 본 그날 그녀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녀 집에 낯선 사람의 짐이 잔뜩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곽 씨 집에 과연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녀가 곽 씨의 집에 들어온 이유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은 곽 씨가 알아낸 결과 이 집에 짐을 들인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동네 언니 A 씨. 그녀를 찾아가 집에서 나가달라고 따졌는데, 그때 곽 씨는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곽 씨 집을 차지한 동네 언니 A 씨는 “너희 오빠가 여기서 살아도 된다고 했다.
이 집은 너희 오빠가 샀고 명의만 네 것인데 네가 나가라고 하면 난 너희 오빠를 사기죄로 고소할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이에 경찰까지 부른 곽 씨. 그런데 경찰은 오빠와 통화 후 집안 사정이니 원활하게 해결하라 하고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당장 오빠를 찾아간 곽 씨는 더 어이없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녀와 합류하게 된 오빠. 오빠는 그날 A 씨에게 그 집이 자신의 것이며 네가 들어와 살아도 된다고 했다는 것. 그저 술에 취해 허풍을 떨었을 뿐인데 일이 이렇게 커진 것이라고 말하는 오빠. 곽 씨는 이런 상황을 만든 오빠와 A 씨 모두 원망스러운 상황이다.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일 년 육 개월. 그 동안 사정도 해보고 이사비로 오백만 원이나 건냈다는데 A씨는 아직도 짐을 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악의적인 ‘짐 알박기’는 아닐까? 그녀는 왜 아직까지도 짐을 빼지 않는 것일까?
곽 씨는 하루에 2시간밖에 못 자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등 화병에 시달리면서도 그녀는 A 씨가 하루빨리 집을 비워줄 날만 기다리며 청소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한다. 곽 씨가 깨끗하게 원상 복귀된 집을 가질 순 없는 것일까?
현행법에 의하면 집에 들어와 있는 다른 사람의 짐을 함부로 손댈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자기 집이어도 다른 사람의 개인 재산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명도소송을 거쳐 짐을 뺄 수는 있지만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처지라 되도록 강제적인 방법은 쓰고 싶지 않다는 곽 씨. 그녀가 평생 피땀 어리게 고생한 돈으로 마련한 재산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 해결책을 20일 오후 방송되는 KBS2 ‘제보자들’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진주희 기자 mint_pea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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