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두고 외교차관 극비리 방일 전달
일본 “해결책 되지 않는다” 즉각 거부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가운데) 할아버지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혼자 살아남은 것이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대책으로 한ㆍ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지 약 8개월 만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안을 제시한 것이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이 제안을 거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 간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며 “정부는 일본 측이 이런 방안을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 협의 절차의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최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작년 10~11월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책임을 물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기업과 더불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경제협력자금을 지원받은 포항제철(현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이 현재까지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위자료를 물되, 정부는 일본이 올해 1월 요구한 분쟁조정 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나선다는 중재안이다.

이번 제안은 16~17일 조세영 외교1차관이 극비리에 일본을 방문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본 정부가 지난달 청구권협정상 또다른 분쟁조정 절차인 제3국 포함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시한으로 주장한 18일 직전 조 차관의 방일이 이뤄진 것이다. 28, 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이 같은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한국의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거부 의사를 공표했다. “한국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는 것은 매우 고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중재안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배상금 강제집행이 아닌 당사자 간 화해 조치이자 한국 기업도 동참한다는 면에서 일본에게도 충분히 이점이 있다고 본다”며 “현재로선 고노 장관의 발표에 대해 추가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해 온 대리인단도 이날 “정부 해법에는 문제해결 출발점인 (일본의) 역사적 사실 인정과 사과에 대한 내용이 없고, 발표 전 대리인단 등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비판 입장을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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