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과거 가정폭력 논란에 휘말려 자진 사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대중 강경파’ 마크 에스퍼 육군성 장관을 새 대행으로 지명했지만,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국방장관 공석 상태가 더욱 장기화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훌륭히 일을 수행해온 섀너핸 대행이 (장관) 인준절차를 밟지 않고 그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며 섀너핸 대행의 사퇴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섀너핸 대행이 이날 오전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내가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섀너핸 대행이 갑작스레 사퇴 결정을 내린 건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에 대한 신원조회를 진행하던 중 가정폭력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USA투데이는 경찰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2010년 발생한 섀너핸 대행과 전처 사이의 폭력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처 킴벌리 조딘슨은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섀너핸 대행이 자신의 복부를 때렸다고 진술한 반면, 섀너핸 대행은 자신이 10~20차례 맞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딘슨만 가정폭력 혐의로 체포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섀너핸 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래전 벌어진 고통스럽고 매우 개인적인 가정사가 들춰져 유감”이라며 “난 단 한번도 전처에게 손을 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섀너핸 대행의 아들이 어머니를 폭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당시 17세였던 아들 윌리엄 섀너핸은 야구 방망이로 어머니 조딘슨을 수차례 내리쳐 의식을 잃게 만들었으며, 조딘슨은 두개골 골절로 수술까지 받았다. 사건 이후 섀너핸 대행은 조딘슨의 가족에게 보낸 메모에서 “아들 엄마가 사건 직전 거의 세 시간 동안 아들을 괴롭혔다”며 아들의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다만 섀너핸 장관은 17, 18일 진행된 WP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야구 방망이로 공격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본인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에스퍼 육군성 장관을 새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육군사관학교 동기로 2017년 11월 육군성 장관에 임명됐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냈고 방산업체 레이시온에서 일하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에 이미 중국을 미국의 중대 안보위협으로 규정하는 등 대중 강경파로 알려졌다. 지난 3월 CNBC 인터뷰에선 “(미국의) 가장 시급한 도전은 북한이다. 2015~2035년에는 러시아다. 하지만 2035년 이후에는 분명 중국이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섀너핸 대행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미 국방부의 리더십 공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견으로 사임한 뒤, 미 국방장관직은 6개월간 비어있는 상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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