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선을 보인 5만원권이 오는 23일로 발행 10년을 맞는다. 10년 사이 발행액, 발행장수에서 모든 은행권 최고 비중을 차지하는 ‘대장 화폐’가 됐다. 한때 20%대까지 낮아졌던 환수율도 최근엔 누적 기준 50%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다른 은행권보다 낮은 환수율은 흠으로 지적된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액면금액(발행잔액)으로 98조3,226억원이다. 장수(발행잔량)로는 19억6,600장으로, 국민 1인당 38장꼴이다.
현재 국내 은행권은 5만원, 1만원, 5,000원, 1,000원 등 4종이다. 5만원권은 5월 말 기준 전체 은행권 발행잔액 중 84.6%를 차지해 2위 1만원권(12.8%)을 압도하고 있다. 1만원권보다 액면금액이 5배 높은 만큼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발행잔량 면에서도 5만원권은 2017년 1만원권과 1,000원권을 앞지른 후, 5월 말 현재 36.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1,000원권(30.0%), 1만원권(27.8%), 5,000원권(5.3%)이 잇고 있다. 5만원권이 기존 1만원권이나 자기앞수표 수요를 대체하면서 연간 600억원 가량의 화폐관리 비용이 절감됐다.
다만 상대적으로 낮은 환수율을 놓고는 논란이 지속된다. 2014년 25.8%까지 떨어졌던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지난해 67.4%, 올해(1~5월) 66.6%로 회복됐다. 10년 누적 환수율도 50.0%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는 같은 기간 다른 은행권의 환수율(1만원권 107.0%, 5,000원권 91.9%, 1,000원 91.5%)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5만원권이 그만큼 거래에 활발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화폐는 ‘발행-유통-환수’의 고리로 순환하는데, 지나치게 환수율이 낮을 경우 본래의 목적인 거래보다 지하경제로 유입돼 뇌물 수수, 비자금 조성, 범죄수익 은닉 등에 악용될 거란 우려가 높아진다.
이에 대해 한은은 5만원권 환수율이 2014년 수급상 요인으로 크게 낮아진 것을 제외하면 정상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로 거래 용도인 다른 은행권과 달리, 고액권인 5만원권은 가계 비상금 등 예비적 수요가 상당해 유통 속도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 내부에선 5만원권이 공교롭게 금융위기 직후 발행된 점을 낮은 환수율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위기 이후 저금리ㆍ저성장, 불확실성이 만연하면서 세계 공통적으로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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