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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밀한 전통시장ㆍ소상공인 살아남기

입력
2019.06.2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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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이 넘치는' 전통시장도 소비자 유치를 위해 스스로 변화해 가고 있다. 사진은 청년상인들이 전체 상인 중 20%를 차지하는 광주 1913송정역 시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람 사는 모습이 넘치는' 전통시장도 소비자 유치를 위해 스스로 변화해 가고 있다. 사진은 청년상인들이 전체 상인 중 20%를 차지하는 광주 1913송정역 시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5.4%’.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4명 중 1명이 음식점, 시장 점포, 슈퍼 등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의 수치는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높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평균은 15.5%, 일본 10.4%, 미국 6.3% 등이다.

고용 여건이 어렵고 노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음식점업 등의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직업선택의 자유 차원에서 진입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경쟁이 심하다 보니 수익을 내기 어렵고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나라 생활형 창업의 3년 생존율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취업자 구조가 변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와 공단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준비된 창업이다. 준비하고 창업을 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만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서는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상권을 분석하고 사업계획도 세우고 실제 점포 체험도 하게 한다. 체험을 통해 실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다. 상권정보시스템(sg.sbiz.or.kr)도 잘 활용해야 한다. 지역ㆍ업종별 상권분석부터 창업 과밀 여부, 수익분석까지 가능하다. 한 달 평균 이용 건수는 10만 건에 달한다.

창업 이후 생존이 안 되는 경우 임금근로자로 전환하던지, 다른 품목으로 창업 재도전에 나서게 된다. 폐업은 개인 차원의 빈곤에 그치지 않는다. 가계부채 문제로 이어져 국민경제 불안요인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부차원에서의 대응이 요구된다. 폐업이나 재창업의 경우 정리하고 새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공단에서는 지원 예산 확대와 함께 지역에 폐업지원센터를 설치해 도움을 주고 있다.

전통시장 등도 스스로 변화하고 있고 공단도 이를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우선 시설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바닥시설, 간판 정비 등을 통해 전통시장이 밝아지고 편리해졌다. 이와 함께 상인들의 변화도 유도해 나가고 있다. 상인 교육을 통해 고객에 대한 자세부터 경영개선에 대한 교육까지 시행하고 있다. 시장컨설팅사업 등을 통해 상인회 주도로 시장을 바꿔 나갈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활기찬 시장에는 열정적인 상인회가 있다.

여기에 젊은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광주 1913송정역시장의 경우 상인의 20% 이상이 새로 도전하는 젊은 상인으로 채워졌다. 김부각, 쑥초코파이, 디자인 공예 소품 등 새로운 아이디어로 상품을 만들고 있고,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젊은 고객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을 바꿔 나가는데 누구보다 청년 상인들이 앞장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청년상인 네트워크가 지난해 준비와 사전 활동 이후 지난 달 정식 출범했다. 상권 정보도 나누고 힘을 합쳐 다양한 판매 활동을 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청년상인 네트워크의 출범을 축하하고 열정적인 활동을 기대한다.

성과도 나타나 온라인 쇼핑, 대형매장 매출 증가 속에 전통시장의 매출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전통시장의 매출은 크게 줄다가 최근 5년간 정체하거나 미세하지만 늘어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시장은 한층 더 소비자 편의에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격표시제도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은 가격확인 또는 흥정의 불편을 많이 지적한다. 상인 입장이 아닌 수요자 고객의 편의를 고려한 가격표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전통시장과 그 주변을 묶어서 상권을 살리는 작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소비자들도 생활에서, 그리고 관광지에서 ‘편리함이 우선된’ 현대화 매장보다는 ‘사람 사는 모습이 넘치는’ 전통시장을 한 번 더 들러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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