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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업! K리그] 연고이전으로 사라진 수원-안양 ‘지지대 더비’

입력
2019.06.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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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왼쪽) 전 수원삼성 감독의 안양 LG치타스 시절 모습. 오른쪽은 우크라이나 용병 세르히 스카첸코.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정원(왼쪽) 전 수원삼성 감독의 안양 LG치타스 시절 모습. 오른쪽은 우크라이나 용병 세르히 스카첸코.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최고 라이벌전으로 자리잡은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는 사실 2004년 서울이 안양에서 연고지를 옮겨오기 전까진 없었던 이름이다. 서울이 안양 LG 치타스 시절 수원과 벌인 ‘지지대 더비(1번국도 더비)’가 시초다. 지지대 더비는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국도 고개 이름인 지지대에서 따 온 명칭으로, 안양의 서울 연고이전 이후에 명명됐다.

당시 수원과 안양의 라이벌전은 현재 슈퍼매치 이상의 스토리를 품고 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두 인접 도시간의 라이벌 전인데다, 모기업 삼성과 LG의 대리전, 푸른색과 붉은색의 색채대비, 여기에 K리그 최고 스타들을 보유한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진진했다.

안 그래도 만나기만 하면 불 같은 대결이었던 두 팀 관계에 기름을 부은 두 인물이 있다. 조광래 현 대구 사장과 서정원 전 수원감독이다. 1999년 안양 감독으로 부임한 조광래 감독은 수원 초대 사령탑인 김호 감독 아래서 코치로 있었다. 하지만 불화 끝에 수원을 나와 안양 감독으로 부임하며 라이벌감독 체제를 구축했다.

‘날쌘돌이’ 서정원 전 수원감독은 1992년 안양에 입단해 1997년까지 팀의 대표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프랑스 리그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한 뒤 1999년 국내복귀 과정에서 안양이 아닌 수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1999년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서정원(왼쪽 두번째)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9년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서정원(왼쪽 두번째)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시 구단 최고스타를 라이벌 팀에 뺏긴 안양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2000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루이스 피구(47ㆍ포르투갈)에 비유되면서, 안양 팬들은 서정원 유니폼을 불태우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이후 서정원은 2003년 5월 18일 지지대 더비에서 안양을 상대로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으로 안양 팬들에 비수를 꽂는 등 수원 전성기를 함께했다.

서울 구단은 ‘연고복귀’, 안양 팬들은 ‘연고이전’이란 표현을 쓰지만, 안양 시절 열정 뜨거운 팬들과 함께 쌓은 스토리가 멈춰버린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양LG를 응원하다가 현재는 K리그2(2부 리그) FC안양 서포터 ‘레드’ 회장을 맡고 있는 송영진(32)씨는 “안양 연고지를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완성된, 또렷한 라이벌 역사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리그 근간인 팬들과 쌓은 스토리들을 버린 건, 어리석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부천SK 시절의 조성환(왼쪽) 전 제주감독과 안양LG 시절의 최용수 현 서울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천SK 시절의 조성환(왼쪽) 전 제주감독과 안양LG 시절의 최용수 현 서울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천은 제주로 연고지를 옮기며 ‘니포축구(발레리 니폼니시 감독 체제에서 보인 패스플레이)’, ‘헤르메스’로 대표되던 열성적인 팬 문화를 잃었다. 구단이 떠난 자리에서 팬들이 주축이 돼 창단한 FC안양(2013년), 부천FC 1995(2007년)는 대기업이 운영하던 과거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자생력을 갖춰가며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있다. 팬들은 지금도 운영난을 겪는 일부 구단들이 연고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기업 논리에 팬들을 쉽게 등져선 안되며, 창단을 앞둔 구단들은 먼 훗날을 내다보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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