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궤병행 강조보다 북미대화 재개 메시지 유인할 듯
지난해 6월 방중한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EAP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20~21일)을 앞둔 중국의 최대 전략적 목표는 미중 갈등 완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은 물론 대만 문제와 최근 불거진 홍콩 시위 사태에까지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28~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시 주석으로선 미국의 압박을 누그러뜨릴 수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G20 정상회의 직전에 이뤄지는 시 주석의 평양행은 북핵 문제를 둔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띄워 ‘미중 갈등의 완충재’로 쓰겠다는 심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처한 대내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방북은 시 주석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운신 폭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간 갈등의 전선이 무역 분야뿐 아니라 군사와 대만ㆍ홍콩 문제로 확대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북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 문제를 움직여 대만 문제 등 다른 이슈에서 미국의 최소한 양보라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시 주석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그간 패턴에서 다소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동시 추진)’이라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구태여 강조해 미국을 자극하기보다 대화를 통한 비핵화 필요성을 띄워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제스처를 취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 방북 목적과 관련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가 새로운 진전을 거두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교착 상태인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행보라는 뜻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방북으로 미중 갈등이 더 확산되는 모양새를 피할 것”이라며 “북미 양측 간 적정선 위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중국의 속내를 내다봤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논조도 이 같은 관측과 맞닿아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자 1면에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을 반박하는 데 상당량을 할애했다.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우려해 결국 두 나라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의 이 이론은 흔히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을 합리화하는 데 쓰여왔다. 신문은 이에 대해 “미중 대립은 재앙이다. 미국은 음모론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중 갈등 확산에 대한 부담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시 주석의 방북도 이 같은 부담감을 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의 행보를 정반대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중 갈등은 시 주석 방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수준을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북핵문제를 미중 대결의 완충재로 쓰기 어렵다면 오히려 미국 압박에 맞서는 북중 간 공동의 전선을 강화하는 쪽을 택할 것이란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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