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개발에 큰 도움 되지만…”미국 제재로 국내 기업들 협업 꺼려 
 화웨이, 디캠프 등 스타트업 기관과 협의… 업체 선정하려 했지만 조율 안돼 
 “늦어도 내달 공개 설명회” 불구 접근 창구도 없어 당초계획 차질 

화웨이가 아시아 5세대(G) 통신 사업 전략의 거점으로 삼겠다며 지난 5월 30일 서울에서 문을 연 ‘5G 오픈랩’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협업을 꺼리는 분위기인데다, 화웨이 측도 미국의 압박을 의식해 오픈랩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닫아뒀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에서 유망 스타트업ㆍ중소기업들과 5G 서비스ㆍ기술을 함께 개발하며 생태계를 선점하려 했던 화웨이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8일 화웨이에 따르면 5G 오픈랩 개소 이후 3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이곳을 이용한 국내 업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5G 오픈랩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도 운영하고 있다. 보통 오픈랩은 자유롭게 서비스나 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개방형 연구공간’이란 목적에 맞게 공식 홈페이지나 전화로 필요한 연구 환경과 설비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화웨이 5G 오픈랩은 홈페이지도, 전화번호도 없다. 화웨이 관계자는 “아직 오픈랩을 이용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찾아온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웨이 5G 오픈랩은 개별 방문이나 인터넷을 통한 신청 방식보다는 ‘디캠프’ 등 다양한 스타트업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스타트업 전문 육성 기관 등과 협의해 입주 기업들을 선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 오픈랩은 5G 전용이고, 그 중에서도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커넥티드 자동차, 로봇, 스마트 제조 등 4가지를 핵심 연구 영역으로 하고 있어 화웨이가 정한 연구 방향에 맞는 업체들이 이용하도록 스타트업 관련 기관과 조율하겠다는 의미다.

화웨이 ‘5G 오픈랩’ 주요 내용. 그래픽=김경진 기자

하지만 디캠프, 롯데액셀러레이터, 카카오벤처스 등 국내 대표 스타트업 관련 기관 중 화웨이와 협의 중인 곳은 한 곳도 없다. 디캠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화웨이와 중국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 연결, 기술 제휴 등의 교류가 있었던 건 맞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혀 없다”며 “오픈랩을 활용하려는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는 움직임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 측은 “화웨이와 접촉 하지 않고 있으며 오픈랩과 관련한 협의도 없다”고 밝혔다.

국내 한 스타트업 투자기관 관계자는 “5G 오픈랩은 기지국, 전송장비, 네트워크 등 소규모 기업이 접하기 힘든 환경이 제공돼 서비스 개발에 큰 도움이 되는 지원 공간이지만 화웨이와 같이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화웨이도 이런 점을 의식해 5월부터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국외 사업이 삐걱대는 건 비단 오픈랩 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4,000만~6,000만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일 노트북 신제품 출시를 포기한 화웨이가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도 해외용 물량부터 감축에 들어갈 거란 예상이 나온다. 17일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향후 2년 간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생산량 감축 계획을 굳이 대외적으로 밝히는 건 ‘버티기’ 의지를 내비친 것에 가깝다”며 “중국 내수 시장을 적극 활용하면서 미국 제재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절에 들어갔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미국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사이 화웨이는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5G 통신장비 입찰에서 전체의 52%를 따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화웨이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5G 오픈랩 개소식도 비공개로 진행했던 화웨이는 공개 설명회를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달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관계자는 “오픈랩에 관한 추가 내용과 이용 현황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늦어도 7월 중에는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