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난 후 북미대화 전례에 ‘김정은 대화복귀 신호’ 긍정 해석도
지난해 6월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20, 21일 방북이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미칠 파장을 놓고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 후 미국과의 대화에 나섰던 전례에 비춰보면 북한이 대화 복귀 수순을 밟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각각 비핵화 협상과 무역 협상으로 미국을 상대하는 북한과 중국의 밀착은 미국으로선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일단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17일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우리의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것이다”며 “세계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가 논의돼야 한다는 촉구성 메시지가 담긴 반응이다.

국무부도 같은 질의에 “미국은 우리의 파트너 및 동맹국,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함께 북한의 FFVD라는 공유된 목표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과 국제사회는 FFVD가 무엇을 수반하는지, 그 목표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어떤 것인지 공유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들, 중국을 비롯한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함께 긴밀한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국제적 대북 제재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방북이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28~29일)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양한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미국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한국일보에 “북중 정상회담 이후 대형 외교 이벤트가 이어진 전례에 비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시 주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할 거 같다”고 전망했다.

미국내에선 북중 정상회담으로 미ㆍ중ㆍ북의 엇갈리는 이해 관계가 두드러지고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 주석의 방북을 경계의 눈초리를 지켜보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담당 고문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시 주석이 수개월동안 미뤄왔던 북한 방문에 나선 것은 중국이 본질적으로 미국과의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중간 대립이 거세지면서 과거의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시 주석의 방북은 북중미 사이의 전략적 수싸움에 따른 양면성을 갖고 있어 미국도 방북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G20 무대에서의 미중 무역 협상 전망과 관련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합의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G20은 2,500쪽짜리 합의문을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기대치를 낮췄다. 시 주석이 북한을 거쳐 오사카로 들고 올 카드를 미국이 쉽게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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