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하게 눌린 입 모양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퍼그.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생김새 덕분에 퍼그, 불독과 같은 ‘단두종’ 개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품종견이 됐습니다. 하지만 귀여운 모습 때문에 해당 품종견들이 여러 질환에 시달릴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요.

'퍼그'를 비롯한 단두종 개들은 다른 품종견에 비해 코와 입이 납작하다. 픽사베이

그 동안 영국왕립수의협회(British Veterinary Association ㆍ BVA)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여러 수의사들은 단두종 개들에게서 빈번히 나타나는 유전적 질환을 우려하며 “해당 품종견의 분양을 줄이자”는 자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BVA에 따르면, 단두종의 경우 선천적인 골격 특성상 상층 기도가 잘 막혀 ‘호흡 곤란’을 일으키거나 눈이 튀어나오는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타 품종견에 비해 두개골이 눌린 모양을 하고 있는데다, 코보다 턱이 더 앞으로 나와 있어 치아 및 척추 건강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BVA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외모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단두종을 키우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들 품종 간 인위적인 근친교배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분별한 번식 행위 때문에 유전적으로 더욱 취약해진 단두종 개들이 여러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도 밝혔죠.

단두종 개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 리스트. BVA 공식 홈페이지 참조
"무분별한 단두종 번식, 국가가 나서서 막겠다"

​지난달 31일 ‘벳타임즈(Vettimes)’를 비롯한 외신들은,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짧은 입을 가진 개들의 인위적인 브리딩(breeding)을 전면 금지했다’는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정부 당국은 국내 여러 브리딩 업체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도 발표했는데요. 2014년 네덜란드 입법부가 ‘납작한 얼굴을 가진 개’에 대해 브리딩을 금하는 법안을 발의한 지 5년 만에, 정부가 해당 법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겁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5년 전 발의된 해당 법안은 단두종 브리딩을 시도하려는 이들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져 ‘사실상 실효성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단두종 개들의 건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번엔 정부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이죠.

네덜란드 정부는 단두종 개들의 복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단속에 나섰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따라 네덜란드에서 퍼그, 불독, 복서 등 20개 품종에 해당하는 단두종 개를 임의로 교배시킬 경우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입 길이가 두개골 길이의 3분의 1 이상인 반려견에 한해서, 정부가 마련한 '체력 및 건강 검사'를 통과할 경우 브리딩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수의사 참관 하에 '심장박동 수' 등 단두종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검사함으로써, 브리딩에 투입될 단두종 반려견이 건강 상 문제가 없을지 사전 검진을 받도록 한 겁니다.

​유럽 국가들 중 '단두종' 개들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한 건, 네덜란드가 최초라고 합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은 SNS을 통해 “용감한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더 많은 국가에서 이 법이 시행되길 바란다”는 등 네덜란드 정부의 결단을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며 호응하고 있죠.

'우리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 게티이미지뱅크

네덜란드 정부의 해당 조치를 필두로 돈벌이를 위해 무분별하게 동물을 번식시키는 행태가 점차 바로잡히길, 단두종 반려견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봅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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