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2년 반 만에 감소(전년동기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석유화학, 건설업 등 주요 업종의 부진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매출로 대표되는 성장성은 물론, 수익성과 안정성 지표도 동반 악화됐다. 재계는 우리 기업들이 현재 △샌드위치 현상 심화 △신기술 활용 애로 △미래 수익원 부재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10분기 만에 매출 뒷걸음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2.4%를 기록했다. 2016년 3분기(-4.8%) 이래 10개 분기 만의 매출 감소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6.0%)에 비해 8.4%포인트 급감했다.
한은은 외부감사 대상(자산 120억원 이상) 기업 1만7,200개 중 3,333개를 표본으로 성장성(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수익성(영업이익률, 세전순이익률), 안정성(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을 분석했다. 특히 수출 주력업종인 석유화학(작년 4분기 +19.4→올 1분기 -1.4%), 기계ㆍ전기전자(반도체 포함, -1.9→-9.0%), 내수 핵심 업종인 건설업(-4.3→-6.0%)의 매출 감소폭이 특히 컸다.
총자산증가율(전분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1.8%)보다 향상됐지만, 회계기준이 바뀌어 장부상 숫자가 달라진 효과가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리스회계 기준 변경으로 지난해 금융리스에 이어 올해부턴 운용리스가 회계상 자산으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리스 형태로 점포를 임대하는 일이 많은 도소매업이나 항공기 임대가 많은 운수업의 총자산증가율이 크게 올랐다.
수익성의 대표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5.3%로, 전년 동기(7.5%)보다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제조업(9.1→5.7%)은 기계ㆍ전기전자 업종, 비제조업(5.4→4.6%)은 전기가스업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손실이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세전순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8.2%에서 5.8%로 줄었다.
안정성 지표도 악화됐다.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은 지난해 4분기 82.1%에서 86.7%로 늘었고, 차입금의존도(총자산 대비 차입금+회사채) 또한 21.8%에서 22.8%로 커졌다. 다만 부채비율 상승에는 리스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자산만큼 부채도 함께 늘어나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커지는 기업들 위기감
실적 부진에 더해 기업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국내 500개 제조업체를 조사해 발표한 ‘우리 기업의 미래준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1.3%는 신흥국과 경쟁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뒤처진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2010년만 해도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0.4%에 불과했다.
반면 선진국보다 뒤처진다는 응답은 전체의 61.2%에 달했다. 2010년 41.3%과 비교하면 2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기업들 상당수가 경쟁력에 있어 신흥국에 곧 역전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과 선진국과는 점점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신기술에 대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48.0%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적극 활용 중이라는 응답은 6.0%에 불과했다. 미래 수익원 확보에 있어서도 응답 기업 66.9%는 아직 신사업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수익원 발굴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시장 형성 불투명(41.0%)’을 첫 손에 꼽았고, ‘자금 부족(21.7%)’, ‘기술력 부족(17.3%)’, ‘규제 장벽(16.3%)’이 그 다음이었다.
대한상의 김문태 경제정책팀장은 “대외경쟁력은 악화일로이고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신사업도 잘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성장 원천이 고갈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신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업 모델 개발에 도전하고 정부도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만드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제도와 플랫폼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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