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정경행(直情徑行)’이라는 말이 있다. ‘생각한 것을 꾸밈없이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냄’, ‘예법에 개의치 않고 자기의 생각대로 행동함’이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감정대로 분별없이 행동하여 예의에 벗어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제멋대로’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말은 쓰이는 환경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요즘 ‘직정경행’이란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아보려고 최근 기사를 검색해보니, “자신의 의지나 생각을 스스럼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직정경행의 지도자/정치인”과 같은 쓰임이 보인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행동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쓴 말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신념이 있다.’, ‘의지가 강하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관철시킨다.’라는 특징을 함께 붙여 주는 것 같다.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서 어느 쪽을 더 강조하여 보는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에게는 칭찬일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욕이 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쓰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이 원하는 쪽의 하는 의미에 더 방점을 두는 듯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께서는 어느 쪽이신지 궁금하다.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은 굴뚝 같이 쌓여있지만 주변 환경과 눈치 때문에 늘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사는 분들은 ‘직정경행’하고 싶으실 지도 모르겠다.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하도 ‘직정경행’해서 옆에서 늘 그 뒤처리를 도맡아하며 ‘예의도 없는’ 상대를 속으로 탓하기만 하실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은 제각각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살지만, 그래도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할 것 같다. 사실 한번쯤 시원하게 ‘직정경행’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들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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