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한 국민 영웅이었던 모하메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숨졌다고 이집트 관영 TV가 보도했다. 향년 67세. 무르시 전 대통령은 간첩 혐의로 기소당해 법정에 출석해 증언 중 기절했고 곧 숨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1951년 8월 20일, 이집트 북부 사르키야에서 태어나 카이로대학을 졸업하고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재료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5년 이집트로 돌아와 자가지크대에서 교수로 임용됐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1991년 무슬림 형제단에 입당해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무슬림 형제단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1년 이집트 혁명 이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2012년 6월에 열린 대선에서 51.1%를 득표하며 48.9%를 득표한 군부 출신의 샤피크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골수 이슬람주의자였던 탓에 세속주의자의 반감을 샀지만 결정적으로 이슬람법인 사리아를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면서 이집트 국민의 반발은 거세졌다.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도 반(反)무르시 열기에 한몫 했다.
결국 2013년 7월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의 쿠데타로 정권에서 물러난 무르시 전 대통령은 2015년 5월 16일, 2011년 이집트 혁명 당시 탈옥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2011년 당시 무르시는 1월 28일 체포되어 수감되었으나 이틀 만에 교도소를 탈출해 혁명에 가담했다. 이집트 검찰은 무르시를 탈옥시킨 장본인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라고 주장하며 하마스와 공모해 탈옥하고 경찰서를 습격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이집트 법원은 2016년 무르시를 포함한 무슬림형제단 지도부가 집권했을 당시 카타르 정부에 국가안보 관련 기밀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선고했다. 무르시는 간첩 혐의와 별도로 2012년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도 기소돼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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