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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고용보장 넘어 실질임금 개선”… 공공부문 정규직화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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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고용보장 넘어 실질임금 개선”… 공공부문 정규직화 갈등 확산

입력
2019.06.18 04:40
수정
2019.06.26 10:3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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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ㆍ직접고용 놓고 2R… 민노총 내달 3일 총파업 예고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여성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여성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무기계약직 급식조리원으로 9년간 일하고 있지만 학교에선 ‘유령’ 같은 존재예요. 동료들은 십수년 일해도 임금이 제자리 걸음입니다.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 공무원과 비교하면 임금 격차가 커져요. 아이들에게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지만 학교 내엔 엄연히 계급이 존재하고, 이 계급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삭발합니다.” (급식조리원 한모씨)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소속 여성 노동자 100여명이 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 완전 이행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없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조가 오는 7월3일 20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현재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부ㆍ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교섭 핵심 요구 사항은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80%까지 높이는 공정임금제를 도입하는 것. 조리원을 예로 들면 10년차 기준 비정규직(2,272만6,000원)의 연봉이 정규직 공무원(3,761만7,000원)의 60.4%에 불과하다.

학비노조는 무기계약직이 아닌 ‘완전한 정규직화’도 요구한다. 현재 15개 교육청에서 학교비정규직의 명칭을 조례를 통해 교육공무직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법제화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원ㆍ예산 기준 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성유 교육부 교육협력과장은 “교섭절차가 확정되면 이에 맞춰 협의를 성실히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모범 사용자’가 되겠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학비노조처럼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둘러싼 ‘2라운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화의 목표를 고용안정으로 보는 반면, 노동계는 고용안정뿐 아니라 임금ㆍ근로조건 개선도 요구하고 있어서다.

국립대병원 소속 파견ㆍ용역 근로자들이 자회사를 통하지 않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 예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는 직접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직종별로 정규직 전환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병원 등 13개 국립대병원들은 자회사 전환 방식을 선호하지만 노조는 “병원 내 파견ㆍ용역직의 업무는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되는 상시ㆍ지속 업무이자 생명ㆍ안전 업무에 해당되므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도 사측의 자회사 전환 방식에 반대해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들은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다음 달 3~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화’라며 과도한 기대를 불러 일으킨 데 따른 후유증”이라며 “노동계 요구가 이뤄지려면 세금이 투입돼야 하므로 사용자인 공공기관은 제한적 조건으로 협상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도 “고용 보장 외에 임금체계, 복지, 근로조건의 차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지만 한꺼번에 다 해결하라는 노동계의 ‘원샷’ 방식 요구는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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