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기수 아래 檢총장’ 인사태풍… 檢지도부 공백 우려, 일부 잔류 설득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17일 오전 지명 사실을 들은 윤 지검장이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59ㆍ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에 전격 발탁되면서 선배 기수인 검사장들의 줄사퇴 여부에 검찰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사전교감이 있었기 땜문에 과거와 같은 줄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고 있지만 상당수의 검찰 고위 간부들이 사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후보자보다 기수가 높거나 같은 19~23기 고검장 및 검사장은 30명이다. 동기를 제외하더라도 21명의 검사장이 윤 내정자보다 기수가 높다.

검찰 내부에선 이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검찰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에선 검사장이나 총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되면 후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고등검찰청에 고검검사급 검사로 남는 경우도 있지만, 후배가 총장에 임명되면 선배 검사장들은 예외 없이 사표를 냈다.

관행에 따라 20여명이 검찰을 나갈 경우 검찰 조직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등검찰청 차장검사 등 일부 검사장 자리에는 공석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총장 인선 직후에 예정된 검사장 인사도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당초 25~26기가 검사장 승진 대상자였지만 27기까지 검사장 승진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조직 안정을 고려해 윤 내정자의 동기들과 선배들 중 일부가 잔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윤 내정자는 그 동안 주변에 “후배가 승진하면 선배가 그만두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배들보다도 나이가 많은 윤 내정자가 적극적으로 설득할 경우 사퇴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서초동의 한 검사장은 “관행대로 선배 기수들이 모두 떠난다면 검찰 공백이 너무 크게 된다”면서 “큰형 역할을 하던 윤 후보자가 부탁하면 나가지 않는 동기들이 꽤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05년 11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전임자가 물러난 뒤 총장이 된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안대희 당시 서울고검장, 임승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7기 동기들과 함께 이른바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를 앞세운 파격 인사가 결국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자의 선배인 19~22기 검사장이 모두 사퇴할 경우, 검찰 수뇌부는 현 정부가 임명한 검사장들로 ‘물갈이’ 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정권이 원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든 이득을 주겠다는 시그널”이라며 “인사권을 이용해 충성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고검장을 건너 뛰고 지검장을 바로 총장에 임명한 기수파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검장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수사만 하는 자리였는데 이제 지검장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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