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17일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자산운용과 의결권을 일본처럼 위탁하라는 주장은 국내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맡기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고 지적하고 ”유럽의 연기금들은 의결권 행사 여부를 직접 판단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연금 측은 지난달 캐나다와 미국의 연기금 관련기관 4곳을 답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김 이사장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무원연금(OMERS)과 교원연금(OTPP), 미국 뉴욕시 자산관리국은 투자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는데 의결권을 (기관이) 직접 행사한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캐나다는 연기금 8곳이 의견을 교환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OMERS와 OTPP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자산이 970억 캐나다 달러(한화 80조원), 1,911억 캐나다 달러(157조원)에 이르는 온타리오 지방 공무원과 교직원의 퇴직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인 점에 대해서도 “복지부가 의결권 행사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의결권 행사를 위탁운용사에 맡기라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고 지적하고 “국민연금도 일본의 연기금처럼 자산운용과 의결권을 위탁하라는 주장은 국내 이해관계 가지고 있는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이사장은 “위탁운용 실적이 좋으면 그렇게 하겠는데 마이너스(손실)인 것은 모두 위탁하는 기관”이라면서 “의결권 맡기라는 게 누구 이해관계인지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여러 자문사 의견을 참조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로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게 맞다”라고 덧붙였다.
또 캐나다가 지난 2016년부터 캐나다판 국민연금(CPP)에 대한 역사상 두 번째 개혁을 시작한 점도 소개됐다. 캐나다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보험료율을 현행 9.9%에서 최종적으로 11.9%로 올리고, 소득 대체율도 25%에서 33%로 상향하는 연금개혁을 추진 중이다. 목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지난해 복지부가 제시한 4가지 개혁안(보험료율 9~13%ㆍ소득대체율 40~50%)보다 훨씬 낮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CPP는 노령연금(OAS)이 탄탄한 가운데 도입됐고 퇴직연금등 사적 연금도 발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과 단순비교는 어렵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뤄내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연금개혁의 화두로 재정 안전성만 염두에 둔 나머지 연금이 정말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고민해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연금개혁을 논의하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특위의 활동이 종료되고 국회도 움직이지 않는 현재 상황을 두고 “캐나다도 치열하게 논쟁이 붙었다가 식었는데 한국의 연금개혁 관련 분위기는 흐물흐물 식어버려서 아쉽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im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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