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상대를 ‘종북’이라 매도하는 행위는 명예훼손도 아닐뿐더러 인격권 침해도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수경 전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박상은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2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박 전 의원은 2013년 백령도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행사에 임 전 의원이 참석하자 “천안함 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렀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임 전 의원은 정치인으로서의 명예가 훼손됐고 인격권을 침해 당했다며 박 의원을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종북의 상징’이란 표현이 정치적 공방 와중에 내온 의견 표명이란 점을 감안해 명예훼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종북이라는 말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점, 국회의원 자격과도 연관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점을 고려하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판단, 2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은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모멸감을 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박 전 의원의 성명서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정치적 공방을 통해 국민들의 평가를 받을 기회가 있었다”고 봤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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