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난 15일 나가노(長野)현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에너지ㆍ환경장관 회의를 ‘수소경제 선도국 일본’을 부각하는 무대로 삼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G20 장관회의에 맞춰 “수소가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 에너지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국제적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G20 장관회의 기간에 미국, 유럽연합(EU)과 별도로 만나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의 제품 규격과 수소 충전소 안전 기준에 대한 국제 표준을 3자가 만들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세계 ‘수소경제’ 분야의 주요 플레이어인 한국과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 앞서 13일에는 중국을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시장으로 성장시킨 완강(萬鋼ㆍ66) 중국과학기술협회 주석이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제 수소 사회를 만드는 것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수소차를 향해 더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수소차와 수소경제는 전기차의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라는 판단이다. 또 17일 한국 외교부가 개최한 ‘국제수소에너지 콘퍼런스’에 리판룽(李凡榮) 중국 국가에너지국 차관이 참석해 “윈-윈 정신을 기초로 모든 관련국이 수소 개발에 협력해야 한다”며 국제 표준 수립에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 한국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국이 수소경제 분야에서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한발 앞선 상황에서 중국은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빠르게 두 나라를 추격하는 모습이다. 3국이 밝힌 수소경제 목표를 비교하면 2030년까지 수소차는 일본 80만대, 중국 100만대 보급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2040년 목표와 비슷하다. 수소 가격 목표도 일본이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 전문가들은 수소경제 경쟁은 수소차 보급 대수 같은 단순 수치로 우열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수소 생산ㆍ저장ㆍ운송ㆍ이용 다양화ㆍ안전기준 등 광범위한 밸류 체인을 구축하면서 표준화를 선도하고 보다 넓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수소차 ‘GM 일렉트로밴’을 완성한 것은 1966년이다. 하지만 수소경제를 이끌지 못하고 박물관 신세로 전락했다. 기술 개발과 함께 협력도 요구되는 수소경제의 고차원 경쟁에서 어느 나라 수소차가 박물관행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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