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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1인체제서 견제시스템 부족… YG 사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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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1인체제서 견제시스템 부족… YG 사태 키워”

입력
2019.06.18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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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논란’만 6명… SM은 현진영 후 ‘28년 무사고’

거세지는 ‘YG 보이콧’… 해외 언론도 부정적 시각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강준구 기자

1명. SM엔터테인먼트(SM)가 1989년 설립된 이래 마약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연예인 수다. 가수 현진영이 1991년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SM의 설립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사업을 접을 뻔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마약 홍역’을 치른 뒤 매니지먼트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신인 발굴 장소도 클럽에서 학교로 눈을 돌렸다. SM 출신 음악 기획자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마약 사건을 겪은 뒤 윤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현진영 이후 처음으로 배출한 그룹이 H.O.T.였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순수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진영 이후 28년 동안 SM 소속 연예인이 마약 사건에 연루된 경우는 없다.

◇YG ‘마약 논란’ 재발 이유

YG엔터테인먼트(YG)는 달랐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가수와 작곡가 등 6명이 마약 사건에 휘말렸다. 2006년 데뷔한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ㆍ31)과 탑(본명 최승현ㆍ32), 2015년 데뷔한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인 비아이(본명 김한빈ㆍ23) 등이 마약 사건으로 법적 처벌을 받거나 수사선상에 올랐다.

YG에선 세대를 이어 마약 사건이 반복됐다. SM과 YG는 3대 K팝 기획사로 꼽히는 곳인데, 마약 사건 재발 양상이 극과 극이다. 회사의 매니지먼트 방식이 달라서다. YG는 설립자인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소속 연예인의 비윤리적 행위를 엄벌하지 않아 결국 ‘고름’이 터졌다는 지적이다. YG 출신 음악 업계 종사자는 “2011년 지드래곤 대마초 사건 이후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내부 기강을 확고히 잡았어야 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사건 수습 후 마약 관련 연예인을 모두 끌어 안아 비아이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표 프로듀서는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지난 14일 회사를 떠났다. 자신의 이름 앞 자를 따 1996년 현기획(YG의 전신)을 세운 뒤 23년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소속 가수의 마약 의혹을 덮은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4일 사퇴를 선언한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소속 가수의 마약 의혹을 덮은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4일 사퇴를 선언한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양현석 23년 만에 퇴진… 달라진 K팝 산업 지형

양 전 대표 프로듀서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1996년 설립) 대표 프로듀서와 함께 K팝 1세대 기획자로 꼽힌다. 양 전 대표 프로듀서의 퇴진은 K팝 산업의 지형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구시대적 매니지먼트의 퇴출”이라고 설명했다.

YG는 한류를 이끄는 대형 기획사로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양 전 대표 프로듀서는 서울 홍익대와 강남 인근에 클럽 NB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K팝 기획사의 수장이 클럽을 운영하는 경우는 YG가 유일하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양 전 대표 프로듀서가 클럽 운영으로 돈을 버는 모습을 승리뿐 아니라 여러 가수들이 지켜보면서 약물 등 클럽 하위 문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둔감해졌을 것”이라고 봤다.

YG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YG에선 아티스트의 일탈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YG 출신 음악 기획자는 “YG는 철저히 연예인 위주로 회사가 돌아갔다”며 “스태프들이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도 없었을 뿐 더러 혹여 하더라도 연예인들이 양 전 대표 프로듀서에게 찾아가면 없던 일이 돼 매니지먼트에 제약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양 전 대표 프로듀서에 집중된 권력은 조직에 독이 됐다. 양 전 대표 프로듀서는 사내 문제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보도자료 배포까지 일일이 관여하기로 유명했다. YG는 사실상 ‘양현석 1인 체제’로 운영됐다. 경영과 콘텐츠 제작에서 오너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 JYP와는 정반대였다. JYP는 2015년부터 ‘탈 박진영’을 추진했다. 음악선정위원회를 꾸려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의 기존 권한 대부분을 회사로 옮겼다.

온라인사이트 캡처.
온라인사이트 캡처.

◇ “K팝 부정적 시선도” 해외 언론의 지적

YG를 둘러싼 반복된 논란은 K팝 시장에도 거센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YG 음악 불매’ 운동에 나섰다. YG의 콘텐츠 소비가 그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 동조로 비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YG 사태’가 그룹 방탄소년단을 통해 다시 불붙기 시작한 해외 한류 붐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CNN은 YG 소속 가사들의 마약 의혹을 다루며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K팝 인기가 해외에서 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끌고 있다”라고 최근 보도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방탄소년단 등 K팝의 깨끗한 이미지에 끌려 팬이 된 해외 팬들이 많아졌다”며 “K팝 기획사와 가수의 윤리가 중요한 화두가 된 만큼 체질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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