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농민회와 단양아로니아 피해농민 구제대책위가 지난달 감사원에 단양군의 아로니아 육성 사업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지방정부의 무능ㆍ무책임 농정을 근절하기 위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양군농민회 제공

요즘 충북 단양에서는 ‘아로니아 파동’을 둘러싸고 단양군과 농민들 사이에 책임 논쟁이 한창이다. 쟁점은 아로니아 특화 사업에 앞장선 지자체의 책임 여부다. 당사자인 단양군은 아로니아 몰락은 전국적인 과잉 생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로니아 농사에 마구 뛰어든 것은 전적으로 농가의 결정이자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6~7년 전 건강식품 시장에서 아로니아가 뜨기 시작했다. 초코베리라고도 불리는 아로니아는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수퍼푸드’로 주목받았다. 대형 유통업체와 TV홈쇼핑은 ‘왕의 열매’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아로니아 제품 판촉에 열을 올렸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단양군은 아로니아 육성 사업을 발 빠르게 추진했다. 묘목을 지원하고, 전국 최초로 아로니아 전용 가공센터를 건립했다.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인구 3만명 남짓한 군이 아로니아 사업에 투입한 예산만 줄잡아 40억원대에 이른다. 지역 농민들은 너도나도 아로니아를 심었고, 사업 추진 4년 만에 단양은 전국 최대 아로니아 단지로 부상했다.

그런데 몰락은 너무나 빨랐다. 전국적으로 재배 농가가 급증한데다 외국산 분말이 수입되면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 한 때 kg당 3만원까지 호가하던 것이 작년 들어 5,000원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젠 ㎏당 1,000원에도 사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왕의 열매’는 한 순간에 애물단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정부는 과잉 공급이 이 사태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아로니아 농가 30% 감축’을 추진 중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로니아 파동은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공급과잉 현상에서 초래됐다는 단양군의 주장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아로니아를 지역특화 작물로 키우려던 노력이 시장상황 때문에 실패했다“는 설명에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을 한 꺼풀 들춰보면 사건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사업 시작부터 단양군수는 “단양을 아로니아 메카로 만들겠다”고 전면에 섰다. 군 공무원들은 마을마다 이장을 동원해 “병도 안 들고 친환경 재배가 쉽다”며 바람몰이를 했다. 새 작목을 선정할 때 농민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판로(販路)다. 당시 지역에서는 “유행을 타는 건강식품을 소득 작물로 육성하는 건 위험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자 단양군은 “가공센터에서 전량 수매할테니 판로는 걱정 말라”고 밀어 부쳤다. 이를 믿고 농가들은 아로니아 열풍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군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가공센터의 수매는 농가 생산량의 10%에도 못 미쳤다. 가공센터는 판로에 앞장서기는커녕 분식회계, 관리부정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보다 못한 농민회와 피해 농가들은 아로니아가공센터의 보조금 횡령, 관련 공무원 위법행위 등을 수사해달라고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에 단양군 아로니아 육성 사업에 대한 감사도 청구했다. 이들은 “사업타당성도 검토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정이 피해를 키웠다”며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

상황이 이런데도 단양군은 “(아로니아 재배를)장려했을 뿐, 강제성은 없었다”고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한 군청 간부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농민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느냐”는 강변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아로니아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특화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로만 돌릴 수는 없다. 아로니아 상품성의 한계, 성급하게 뛰어든 농가, 가공식품 수입을 방관한 중앙정부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그렇다고 군수가 앞장서고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장면은 쏙 빼고 “최종 결정은 농민이 했다”며 엎드려 있는 모습은 정말 무책임한 처사다. 농민회 지적대로 ‘농정적폐’의 전형이다.

한덕동 대전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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