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벌 청자 따로 구운 고려청자 가마 발전상 확인
전북 부안 유천리 청자 요지에서 고려 청자가마 2기가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부안군과 전북문화재연구원의 ‘유천리 요지(사적 제69호) 6구역 가마’ 발굴조사 과정에서 2기의 고려청자 가마가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유천리 요지는 고려시대 최고급 상감청자 등 다양한 자기가 제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마는 진흙과 석재를 이용해 만든 토축요(土築窯ㆍ진흙가마)다. 12세기 후반부터 13세기 초반 사이에 사용된 가마들로 보인다. 바닥면에는 원통형 갑발(匣鉢ㆍ도자기를 구울 때 담는 그릇)과 도지미(도자기를 구울 때 놓는 받침)가 불규칙하게 놓여 있다. 특히 2기 중 1기는 전체적 구조가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전체 길이 25m, 연소실(燃燒室ㆍ불을 때는 곳) 길이 1.6m, 소성실(燒成室ㆍ토기를 굽는 곳) 길이 19m에 달한다. 가마 맨 끝부분에서는 석재로 만든 배연시설이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배연시설과 맞닿아 있는 소성실 끝부분에서 폐기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유물 퇴적구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곳에는 여러 점의 초벌 청자 조각들이 집중적으로 쌓여 있었는데, 이를 통해 가마온도가 가장 낮은 이곳을 초벌 전용칸으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국내에서 조사된 고려 시대 청자가마에서 초벌 칸을 운용하던 사례는 강진 사당리 43호가 있다. 하지만 가마 보존 정도가 탁월하고 초벌 칸과 연결된 유물퇴적구에서 초벌 청자가 다량으로 발굴된 건 처음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가마구조의 발전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며 “배연시설과 초벌칸, 유물퇴적구 등 가마구조는 학술 가치가 높아 앞으로 사적지 복원ㆍ정비 사업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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