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지구 최악의 해충 혹은 바이러스로 진단한 환경 근본주의자들의 문제의식이 최근 개봉한 영화 ‘고질라’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라이트모티브였다. 인간에게 덜 편파적으로, 다시 말해 생명의 값어치를 최대한 평등하게 보자는 입장에 선다면, 타노스 등의 처방은 좀 난폭해도, 그들의 판단 자체는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지난 100년 동안 한 해 평균 2종의 척추동물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지금 존재하는 양서류의 41%와 포유동물의 약 25%가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포유동물 1,204종, 조류 1,469종, 파충류 1,215종, 양서류 2,100종, 어류 2,386종이 종 보존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곤충 1,414종과 연체동물 2,187종, 갑각류 732종, 산호 237종, 식물 1만2,505종과 버섯류 33종도 10년 뒤를 기약하기 힘든 지경에 처해 있다. 인류가 아직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라져 가는 생명체도 많을 것이다. 저 모든 종이 단 한 종 호모사피엔스에 의해, 그것도 최근 100년 남짓 사이에 위태로워졌다.
상어도 그중 하나다. 2019년 3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인류가 아는 58종 상어 가운데 17종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게 인간에게 가끔 난폭한 짓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 청상아리다. 알려진 바 상어는 한 해 평균 약 1억마리가 포획된다. 그중 약 7,300만마리가 고급 요리 재료인 지느러미만 잘린 채 사체로 버려지고, 일부 고기나 간유(肝油), 연골은 식자재로 소비되기도 한다. 야생동식물국제거래협약(CITES)은 악상어와 장완흉상어, 세 종의 귀상어 등에 대한 국제 거래를 시급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캠페인의 단골 모델인 북극곰이나 펭귄과 달리, 해양 생태계 보존운동의 모델로 상어가 등장하는 예는 거의 없다. 냉혹한 식인 동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서적 호소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 해 평균 인간은 상어 1억마리를 죽이지만, 상어에 희생되는 인간은 약 10명이라고 한다.
상어의 이미지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스티븐 스필버그의 원조 블록버스터 영화 ‘죠스’가 1975년 6월 20일 개봉됐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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