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시 피하기 위해… 신분 노출 우려 SNS도 자제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 이튿날인 16일에도 홍콩 시민들이 늦은 밤까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임과 해당 법안의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1회용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쓴다.”

홍콩 정부의 ‘항복 선언’을 이끌어낸 ‘범죄인 인도 법안 제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보인 행동 패턴 중 하나다. 5년 전 ‘우산혁명’ 때만 해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시위 물결을 확산시키고 시위 동력을 이어나가는 주요 수단이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 홍콩 시민들은 SNS 사용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자신을 ‘알렉사’라고 칭한 25세의 한 여성은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애플리케이션을 거의 대부분 삭제했다. 위챗과 알리페이, 쇼핑몰 타오바오 등을 지운 그는 스마트폰에 가상사설망을 설치, 보안 메시징 앱인 텔레그램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는 조치인 셈이다.

실제로 대다수 시위대는 텔레그램처럼 보안 기능이 강화돼 있는 메시징 앱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지하철을 탈 때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 1회용 승차권을 구입하며,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보다는 현금을 쓰고 있다. 안면 인식 기능이 있는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히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시위 참가를 위해 홍콩으로 귀국했다는 미국 유학생 캐든(21)은 WP에 “개인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항들을 텔레그램 채널, 단체 채팅 등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했다. ‘채팅방의 닉네임을 실제 이름과 완전히 다르게 바꾸고, 앱 관련 전화번호도 바꿔라’ 등이 주된 내용이라고 한다. 캐든은 “지금은 2014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다. 그땐 경찰이 SNS를 통해 사람들을 검거하는 게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사 역시 “사람들은 시위하면서 얼굴이 담긴 사진을 찍지 말고, 시위 장면을 ‘넓게 담은’ 사진만 찍으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홍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보니 렁은 WP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 감시를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한 뒤, 중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을 추적한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홍콩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쿼츠는 “홍콩 시위대의 이러한 행동은 기업, 정부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개인 정보를 쓸어 담아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감시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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