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에너지장관 회의서 공동선언… 수소경제 주도권 잡으려 적극 행보 
 “MOU 아닌 원론적 선언 수준” 정부와 업계는 큰 의미 부여 안 해 
15일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G20 환경장관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에너지 전환과 환경보호, 자원효율성 촉진, 기후 적응, 국제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으며, 일본은 이와 별도로 EU, 미국과 함께 수소에너지 기술 추진에 대한 연대를 약속하는 공동선언을 내놨다. 환경부 제공

일본이 세계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경쟁 상대인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독자적인 ‘수소경제 동맹’을 추진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연간 2조5,000억달러(2050년 기준)에 달할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일본의 목표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수소경제 동맹’이 본 궤도에 오를 경우 한국이 소외돼 수소경제를 미래 먹거리로 준비하는 우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우리 정부는 “국가 차원의 동맹체 추진 보다는 사업별로 국가간 협력 채널을 구성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과 미국의 에너지부, EU 유럽위원회 에너지 총국 대표들은 15일 일본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에너지ㆍ환경장관회의에서 향후 수소 에너지 기술 추진에 대한 연대를 약속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는 “일본과 유럽, 미국은 수소와 연료전지의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결속을 강화하고 코스트(비용)를 삭감해 이용 확대로 연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이번 공동선언이 세계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선 일본의 적극적인 행보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하고 있다. 2014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이 세계 최초로 수소 사회를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일찌감치 ‘수소사회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국이 빠르게 수소경제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 일본은 주도권 유지 차원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와 동맹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일본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3년 대비 5분의 1까지 줄이겠다는 수소기본전략을 지난해 내놓았고, 수소충전소 등에 대한 규제를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내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수소사회에 보다 가까워진 일본을 전세계에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차근차근 추진 중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자동차 등이 수소차 개발을 선점했고, 수소 운반이나 저장기술 개발에서도 일본이 비교적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세계 각국과 연대해 한국 등 경쟁국에 앞서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본이 내심 이번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기차와 수소 보관 탱크 규격 등에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겠다는 목표까지 드러내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가들이 동맹체를 구성해 이 같은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적잖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공동 선언도) 미국과 EU, 일본간 의견이 달라 애초 추진했던 양해각서(MOU)가 아닌 원론적인 선언 수준에 그친 것”이라며 “미국과 EU 입장에서도 시장 추가 확대를 위해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한국과도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업계도 일본이 주도한 공동선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간 논의는 사실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던 것으로 향후 수소경제 추진에 있어 한국을 의도적으로 패싱(배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개별 사업별 연구개발 등에서 미국, 유럽 국가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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