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넘어 150㎞ 표류하다 구조… 군ㆍ경 해안 감시망 허술 지적
북한 어선 1척이 15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표류하다 삼척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됐다. 동해 NLL에서 삼척 앞바다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150㎞여서 군ㆍ경의 해안 감시망에 잡히지 않았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 관계 기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50분쯤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남한 어선에 의해 발견돼 삼척항으로 예인된 북 어선 1척과 거기 타고 있던 어민 4명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조사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일단 이 어선은 어업 중 기관 고장으로 동해 NLL 이남까지 떠내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ㆍ경과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는 현재 북 어선 탑승자들을 대상으로 어선의 세부 표류 경위와 어선 표류 경로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11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명이 탄 북 어선 1척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오후 1시 15분쯤 해군 함정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선박 선원들이 북측으로 귀환 의사를 밝혔고 북측이 통신망으로 해당 선박을 구조해 예인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9ㆍ19 군사합의’ 정신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해군 함정으로 NLL까지 예인, 오후 7시 8분 북측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인계 과정에서 지난해 7월 10년 만에 복원된 남북 함정 간 해상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으로 북측과 교신했고, 해군 함정이 북한 조난 선박을 NLL 선상에서 인계한 건 처음이라는 게 합참 얘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북 간에 해상 핫라인 교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와 달리 북측이 별도 구조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견된 지점과 NLL 간 거리도 이번이 훨씬 멀다. 동해 NLL에서 삼척 앞바다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150㎞다. 11일 돌아간 어선이 표류 중이던 곳은 NLL 이남 5㎞ 지점이었다.
때문에 북 어선이 삼척 앞바다까지 흘러오는 동안 군ㆍ경의 해안 감시망에 잡히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ㆍ해경뿐 아니라 해안선 감시를 맡고 있는 육군에서도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안을 확인하고 있다”는 게 군의 공식 입장인데 군의 감시체계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표류 경로와 원인 등 월남 경위를 두루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이 탑승자 신원 정보 유출에 각별히 조심하고 있는 만큼 북 선원 중 일부가 귀순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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