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 마약 의혹과 관련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와 경찰 간의 유착 의혹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3년 전 김씨의 마약 의혹을 폭로했다 진술을 번복한 YG 소속 연습생 한모씨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당시 양 대표의 협박이 있었고 진술 번복 후 수사가 종결됐다”고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진위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사실이라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거대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마약 사실을 알고도 은폐에 가담했다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또다시 불거진 연예 권력과 경찰의 유착 의혹은 경찰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안겨 준다.
한씨는 2016년 9월 마약 투약 등 혐의로 경기 용인경찰서에 긴급 체포된 뒤 “비아이 김씨에게 대마초를 구해 줬다”고 털어놓았지만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양 대표가 한씨를 불러 “사례도 하고 변호사도 선임해 줄 테니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번복하라”고 해 그대로 했더니 경찰이 아예 김씨를 부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씨가 처음에 진술한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도 빠져 있었다고 한다. 진술 번복을 강요한 양 대표와 진술을 바꿨다고 사건 연루자를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경찰 간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3대 기획사인 YG는 버닝썬 사태와 양 대표의 성접대 의혹 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이 마약류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한두 건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대로 처벌받은 이가 거의 없다. 수사기관과의 유착이 없었다면 이럴 수 있을까 싶다. 양 대표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꼬리자르기란 인상이 짙다. 그동안 제기된 YG 소속 연예인들의 의혹 전반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경찰의 연예계 의혹 부실수사는 최근 불거진 것만 해도 여러 건이다.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한 서울 성동경찰서 경찰관이 정씨 휴대전화를 확보하기는커녕 “휴대전화를 분실한 걸로 하자”고 제안한 사실이 며칠 전 드러났다. 버닝썬 사태에서의 경찰 유착 수사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번 재수사도 제 식구 감싸기가 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불신이 쌓이면 수사권 조정에 대한 회의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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