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핫세, 레너드 위팅이 주연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을 만든 이탈리아 영화 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가 15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제피렐리 감독의 재단은 15일 고인이 지병으로 오랫동안 투병하다 로마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재단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잘 가요, 거장(Ciao Maestro)’라는 문구를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1923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고인은 피렌체 미술아카데미와 피렌체대학 건축부를 졸업한 뒤 연극ㆍ오페라 무대 디자이너로 첫 발을 뗐다. 극단 조감독과 배우를 거쳐 1953년 오페라 ‘신데렐라’로 연출가로 데뷔한 이후 오페라 무대에서 명성을 쌓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주연을 맡은 ‘말괄량이 길들이기’(1967)로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고, 두 번째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은 이 영화로 큰 사랑을 받았고, 올리비아 핫세는 현재까지도 ‘가장 완벽한 줄리엣 캐스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은 할리우드로 진출해 ‘챔프’(1979)와 ‘끝없는 사랑’(1981), ‘햄릿’(1990), ‘제인에어’(1996), ‘무솔리니와 차 한 잔’(1999) ‘칼라스 포에버’(2002) 등 영화 20여편을 연출했다.
고인은 오페라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모차르트와 로시니, 베르디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1983년에는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오페라 영화 ‘라 트라비아타’를 연출했다. 도밍고는 이 영화를 통해 ‘대중에 가장 친숙한 성악가’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고인은 공연 예술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기사 작위를 받았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제피렐리 감독은 영화와 예술, 미(美)의 이탈리아 대사였다”고 추모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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