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풍 발라드로 일주일째 음원 차트 1,2위… “흔한 목소리” 오디션서는 고배 
새로운 ‘음원 강자’로 떠오른 김나영. ‘카메라 울렁증’이 심해 방송 출연을 쉬 못한다고 한다. 네버랜드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년 음원 시장은 새해 첫날부터 시끄러웠다. 낯선 이름의 가수가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해서였다. 이변을 연출한 주인공은 노래 ‘어땠을까’를 낸 김나영이었다.

김나영은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5’(2013) 출신이다. 그는 방송 당시엔 별로 주목 받지 못한 출연자였다. 프로그램 시청률은 2, 3%대를 맴돌았고, 그나마 김나영은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당시 심사위원들의 평은 이랬다. “노래는 잘하는데, 비슷한 톤이 너무 많아요.”

평범해서 빛을 보지 못했던 김나영이 3년여 만에 또 한 번 ‘일’을 냈다. 신곡 ‘솔직하게 말해서 나’가 멜론, 지니 등 음원 사이트에서 이달 10일 이후 일주일 째 차트 1, 2위를 지키고 있다. 15일 정오부터 16일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멜론에서 이 노래를 들은 이용자는 66만 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멜론에서 전소미의 신곡 ‘버스데이’를 들은 이용자(21만명)보다 3배 넘게 많다. 김나영 신곡의 인기가 수퍼 아이돌 급이라는 얘기다. 발표 이후 열흘 가까이 인기가 식지 않는다는 점에서 ‘솔직하게 말해서 나’의 장기 흥행을 점치는 음악평론가가 많다.

‘평범하고 편안해서 뭉클한 목소리의 마법.’ 김나영의 인기 비결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개성은 약하지만 편한 발라드를 원하는 청취자들이 부담 없이 듣기 좋은 목소리”를 김나영의 장점으로 꼽았다.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김비서가 왜 그럴까’ ‘로맨스는 별책부록’ 등 드라마 OST에 김나영의 목소리가 많이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의 친숙한 멜로디는 1990년대풍 발라드를 연상케 한다. 곡을 만든 한상원 작곡가는 “1990년대는 멜로디의 황금기였다”며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와 토이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같은 옛 노래가 지닌 감성을 새롭게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곡에 ‘요즘의 서정’을 더한 건 김나영이었다. 노래 제목은 애초 ‘솔직하게 말하면’이었지만, 김나영이 ‘솔직하게 말해서 나’로 바꿔 감각을 더했다. 이별을 담담하게 아파하는 가사도 김나영이 썼다.

김나영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음원 강자가 아니다. 4년 넘게 거리에서 노래했다. 2012년 자신의 이름이 박힌 곡을 세상에 낸 뒤에도 서울 홍익대 인근 공원을 찾아 공연했다. 2년 전엔 성대결절로 고생하기도 했다. 김나영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키 높이의 난간에 두 손을 올린 채 난간 너머를 바라보는 소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갈고닦은 김나영의 미래가 문득 궁금해진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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