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ㆍ지역별로 세분화한 ‘골든 에이지’, 제각각이던 훈련 방식도 일원화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 전반 시작 전 한국 선발 출전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치=연합뉴스

어린 태극전사들의 ‘준우승 신화’ 뒤엔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투자가 있었다.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토양 위에서 일관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매진한 전임지도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축구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그 오랜 투자의 결실을 성대하게 맺으며 ‘황금 세대’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한국 U-20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을 거두며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10년 넘게 뿌리를 내린 K리그 ‘유스 시스템’과 함께 2014년 시작된 대한축구협회의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맛본 한국축구는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2009년 대한축구협회의 유소년축구 주말 리그제 도입과 맞물려 K리그도 각 구단별 유소년 팀 도입을 의무화했다. 2014년엔 협회의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이 도입돼 유망주들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프로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은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마다 제각각이던 교육 철학을 하나로 묶어 일관된 발전을 꾀한 계기가 됐다. 프랑스와 스페인, 벨기에 등을 돌며 선진시스템을 벤치마킹 해 탄생한 골든 에이지는 축구 기술 습득이 빠른 12~16세 선수를 대상으로 영재센터(300명)와 광역센터(600명), 지역센터(2,100명)로 나눠 피라미드식 세분화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골든 에이지는 당장의 성적보다 선수의 ‘성장’에 중점을 뒀다. 볼 터치부터 전술ㆍ전략 등 종합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현재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를 담당하는 서효원 KFA 기술연구실 연구팀장은 “소속팀의 훈련과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모두 경험하니 생각하는 폭, 즉 축구 창의력이 넓어졌다”고 평했다.

정정용 감독이 2015년 7월 경기 파주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U12영재센터 골든 에이지 하계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정용 감독 2015년 7월 경기 파주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U12영재센터 골든 에이지 하계훈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교육의 일관된 방향성이었다. 지도자 별로 제각각이던 훈련 방식을 통일했다. 당시 프로그램 도입을 맡았던 김종윤 KFA 경기운영실장은 “벨기에에 가니 ‘15세 감독은 동쪽으로 드리블 하고, 16세 감독은 서쪽, 17세는 남쪽, 18세는 북쪽으로 내달린다면 과연 그 팀이 어디에 있을까’ 질문을 던지더라”라며 “연령별 지도자들이 동계 합숙훈련을 해가며 ‘하나의 방향’을 가진 프로그램을 짰다”고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이가 이번 U-20 대표팀의 준우승 신화를 만든 정정용(50) 감독이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그를 보좌했던 공오균 코치 등 KFA 연령별 지도자들과 함께 구체적인 훈련 방식을 입안했다.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지도자 교육을 실시해 어느 지역이든 교육 방식을 일원화했다. 수평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한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에서 선수들은 지도자들을 ‘감독님’이 아닌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른다.

FIFA U-20 월드컵 출전 한국선수들의 소속팀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도 시스템이 갖춰지다 보니 자연스레 평가와 인재 풀 관리도 그물망처럼 촘촘해졌다. 하나의 교육은 하나의 평가를 뜻한다. 15세 지도자는 경기, 17세 지도자는 충청, 19세 지도자는 영남을 맡는 식으로 권역별 담당자를 둬 지역 지도자와 선수 정보를 끊임없이 공유했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은 이제 프리 골든 에이지(6~11세)와 포스트 골든 에이지(17~19세)까지 확장됐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한국 축구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밟은 선수는 총 21명 중 19명이다.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이강인(18ㆍ발렌시아)과 최민수(19ㆍ함부르크 SV)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원이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수혜자다. 이중 15명은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6년 전 터키 대회(6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K리그 유스팀 출신 선수도 12명이나 된다. 광주 금호고 출신 엄원상(20ㆍ광주)과 울산 현대고 출신 오세훈(20ㆍ아산), 수원 매탄고 출신 전세진(20)과 박지민(20ㆍ이상 수원), 풍생고 출신 박태준(20ㆍ성남), 광양제철고 출신 황태현(20ㆍ안산) 등은 각 구단의 미래로 주목 받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루카 모드리치(34ㆍ레알 마드리드) 같은 대기만성형 선수를 위한 연령대별 ‘퓨처팀’도 운영될 예정이다. 김판곤 KFA 부회장은 지난 4월 KFA 정책 보고회에서 연령별 대표팀 운영 방식을 기존의 퍼스트팀과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퓨처팀으로 이원화하는 투 트랙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잠재력까지 평가해 조용히 사라지는 불운의 선수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치(폴란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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