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기로 하면서 금융권의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대까지 덩치를 키웠음에도, 연간 운용수익률이 지난해 1.01%에 그쳐 “금융사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신한금융은 다음달 1일부터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그룹 산하 퇴직연금 상품의 수수료를 대거 감면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주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개인이 가입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1년 단위로 가입자 계좌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해 운영ㆍ자산관리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만 34세 이하 가입자,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 퇴직연금을 연금방식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수수료 인하 혜택을 부여해 수수료를 최대 70% 감면 받을 수 있게 했다.
신한금융은 기업 단위로 가입하는 확정급여형(DBㆍ퇴직급여가 확정된 연금)과 확정기여형(DCㆍ퇴직급여가 운용수익률에 따라 변동되는 연금)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금액 3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 운용관리수수료를 0.02~0.10%포인트 인하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개편을 시작으로 선진화된 퇴직연금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의 수요에 계속해서 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금융사들도 현재 검토 중인 수수료 인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중소기업 수수료 부담 경감을 위해 수수료를 최대 0.08%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연내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20~34세 사회초년생과 55세 이후 은퇴 세대에 대한 수수료를 감면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1월에 수수료체계를 개편하고 DB형과 IRP형 수수료를 인하했다.
현재 각 금융지주사들은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그룹은 지주 산하 은행ㆍ증권ㆍ보험 등으로 나뉜 퇴직연금 사업을 총괄해 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행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은행에 퇴직연금 가입자를 상대로 일대일 자산관리를 제공하는 신규조직을 설치했거나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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