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법, 강사 대량 해고 사태 유발
교육부, 8년간 대비책 뭘 준비했나
국가의 고등교육 책임 회피 위험 수준
박백범(가운데) 교육부 차관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과 관련해 강사제도 안착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책이란 국가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정책은 종종 원래의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교육평준화 정책이 그 예다. 이의 결과는 ‘8학군 현상’이라는 교육의 계급화이다. 예전에는 가난해도 머리가 좋고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중고등학교에 가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다. 평준화 이후에는 강남에 살아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 강남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률은 강북의 20배이다. 강남과 강북을 하나의 학군으로 만드는 강ㆍ남북 통합학군제가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가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노동법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 정부는 파견 근로를 확대하는 대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화하도록 의무화했다. 그 결과는 우려한 대로 대량 해고였다. 이랜드는 산하기업인 홈에버의 비정규직 장기근속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준 것이 아니라 집단해고했다. 이 이야기는 영화 ‘카트’로 만들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개봉 당시 이 영화를 보고 참여정부의 한 사람으로 사과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8월부터 시행되는 시간강사법이 원래의 취지와 달리 시간강사 대량해고법이 되고 있다. 흔히 시간강사라고 부르는 비정규직 대학교수들은 대부분 차세대 고등교육과 연구를 책임질 젊은 연구자들로 대학 강의의 30%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최소한의 생활도 어려운 낮은 수입과 방학이라는 계절성 실업, 강의시간 획득의 불안정성으로 상상 이하의 고통을 받아 왔다. 이에 이들을 정식 교원으로 인정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법적으로 인정하고 방학에도 임금을 지급하며 4대보험을 적용하는 법안을 2011년 제정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할 경우 소수 강사들의 지위는 보장되는 반면 절대 다수들은 그나마 하던 강의마저 못 하게 될 것이 뻔해 시행을 미뤄 왔다. 결국 강의시간을 9시간으로 못 박았던 독소조항을 없애고 한 시간 이상 강의만 해도 되도록 일부 조항을 개선한 재개정안을 지난해에 통과시켰고 곧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개선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행 준비 기간인 올 봄에만 전국적으로 강사담당 수업이 20%나 줄었고, 시간강사 역시 20%가 일자리를 잃었다. 문제는 시간강사법의 결과가 단순히 대량 해고 사태로 차세대연구자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강의를 대폭 축소시킴으로써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은 크게 저해되고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피해자는 시간강사들에 그치지 않고 학생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고등교육과 연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한심한 것은 이 같은 부작용은 무수히 지적됐고 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8년간이나 시행을 미뤄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이에 대해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방학 중 강사료는 정부가 지원하는 바, 정부가 준비한 예산은 필요 재정의 10%인 288억원에 불과하다. 사태가 이리 심각해지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들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교육부를 강력하게 비판하자 교육부는 지난 4일 뒤늦게 부랴부랴 시행 시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대학 평가에 강사 현황을 포함시켜 강사를 많이 해고한 대학에 대해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너무 늦었고 너무 미흡하다. 사실 강사법 사태는 표피적 증상에 불과하고 진짜 문제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회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등교육재정 국가부담률은 66%인 반면 우리는 36%에 불과하고, 고등교육 예산이 국내총생산의 1.1%인 반면 우리는 0.58%에 불과하다. 창피한 이야기이다. 강사법이 강사 대량학살법이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고등교육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교육을 지금처럼 사학에 의존하는 한, 시간강사 등 고등교육의 문제들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나는 묻는다. 국가는 무엇인가? 진정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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