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 모델, 스칸디나비안 모델, 사회민주주의 모델. 어떤 명칭으로 불리던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정책체계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연구자들에게 일종의 지향점이고 이상향이었다. 지금도 우리나라 사회정책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은 북유럽 모델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북유럽 모델이 오랜 기간 회자될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는 복지영역에서의 보편주의적 가치와 경제영역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최대한 적절하게 조화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제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득을 골고루 나누고자 하는 평등주의적 방향성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의 격차를 최소화하며 보편주의적 복지국가를 구현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북유럽 주요 4개국의 GDP대비 사회지출비는 오랜 기간 OECD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 국가는 일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고 경제활동에 있어 변화와 혁신을 지원하는 일련의 제도적 기반을 통해 복지와 경제를 균형 있게 조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고용ㆍ노동분야 만을 살펴보더라도 노동시장에서 임금격차를 최소화하여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나 유연안정성 모델을 세계최초로 도입하여 경제와 복지가 선순환되는 구조를 발달시키려 노력해 왔다.
이 같은 측면에서 현 정부의 사회정책은 북유럽 모델과 일정 정도 맞닿아 있다고 해석가능하다. 지난해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밝힌 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핵심철학인 포용과 혁신이 평등 및 복지-경제와의 조화를 함께 강조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점이 없지 않으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혁신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안정적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련의 정책들과 적극적 취ㆍ창업 지원정책 등은 이러한 방향성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정책사례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부에서 발표된 국민취업지원제도, 소위 한국형 실업부조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빈곤층이 실업에 처했을 때 단기간 일정수준의 급여를 제공해 생활을 안정시키는 한편, 고용서비스에 대한 적극적 참여의무를 부가해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을 통한 자활을 돕는 제도이다. 정부안에 의하면 중위소득 50% 이하의 근로빈곤층과 120%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6개월 간 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제공하는 동시에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그간 사회보장제도 밖에 놓인 취약계층을 포용하는 동시에 혁신의 기반이 되는 삶의 안정과 더 나은 일자리로의 취업지원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그 자체로 포용과 혁신, 경제와 복지의 조화를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국가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복지와 경제는 최대한 선순환 되도록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도 사각지대의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복지와 취업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도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 및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구현될 수 있다면 근로빈곤층의 빈곤율을 낮출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낮추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제도도입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제도의 구체적 내용이나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을 계기로 북유럽 모델의 균형과 조화의 가치,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우리나라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책 이해 관계자들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보다 정치한 제도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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