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팀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걸고 경기장에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우치=연합뉴스

아쉬운 준우승이었다. 하지만 정정용(50) 감독과 어린 태극전사들은 밤을 지새운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꿈 같았던 23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했다.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준우승이라는 역대 최고 결과를 거뒀다.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복병 남아공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한 한국의 선전을 예측했던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정정용호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열린 조별리그 1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경기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포르투갈의 빠른 발과 스피드에 밀렸다. 1패를 기록한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남아공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1승이 필요했던 한국은 필승의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남아공전의 영웅은 이광연(20ㆍ강원)이었다. 한국은 후반 24분 터진 김현우(20ㆍ디나모 자그레브)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남아공의 반격을 맞이했다. 이광연은 후반 들어 거세진 장대비 속에서도 남아공의 유효 슈팅 6개를 모두 막아내며 1-0 승리를 지켰다. 팬들은 연이은 선방쇼를 보여준 이광연에게 ‘빛광연’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 후반 한국 오세훈이 결승 헤더골을 넣은 뒤 어시스트한 최준(가운데 왼쪽), 골키퍼 최민수와 포옹하는 사이 이강인이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기세를 탄 대표팀은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사고를 쳤다.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6회) 아르헨티나를 2-1로 물리치고 2승 1패로 16강에 진출했다. 2017년 한국 대회에 이은 2년 연속 16강 진출이었다. 대회 전 1승1무1패로 16강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오세훈(20ㆍ아산무궁화)과 조영욱(20ㆍ서울)의 골로 당당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 상대는 ‘숙적’ 일본이었다. 한일전이 성사되며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성인 국가대표팀 선배들도 동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동생들은 결국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혼신의 경기를 펼치며 1-0 승리를 따냈다. 5일 열린 한일전에서 한국은 후반 39분 찾아온 절호의 득점 기회를 살려내며 승기를 잡았다. 최준(20ㆍ연세대)이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한 공을 오세훈이 골 지역 정면에서 번쩍 뛰어올라 머리에 갖다 대 방향을 틀어놓은 게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반 위기 순간들을 무사히 넘기고 찾아온 찬스를 살린 집중력이 돋보였다.

세네갈과의 8강전은 역전과 재역전,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였다. 3-3으로 비긴 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비디오판독(VAR)이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5번이나 골이 취소되거나 페널티킥이 선언되기도 했다. 후반 추가시간 이지솔(20ㆍ대전)의 극적인 결승골, 조영욱(20ㆍ서울)의 연장 전반 역전골, 마지막 승부차기에서 이광연의 선방 등 볼거리가 가득했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의 ‘4강 신화’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추가 시간 이지솔(4번)이 동점 헤더골을 넣은 뒤 벤치의 선수들이 달려 나와 이지솔을 맞이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연합뉴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가 1-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며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U-20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서로를 향해 물세례를 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에콰도르와의 4강전은 새 역사로의 도전과도 같은 경기였다. 결전지 루블린으로 전세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 전반 39분 이강인의 감각적인 프리킥 패스와 쇄도하는 최준(20ㆍ연세대)의 기습적인 슈팅과 마무리는 대회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힐만했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중반 이강인을 빼고 수비를 강화하는 과감한 전술 변화로 승리를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진출한 대표팀은 결승에서 유럽의 복병 우크라이나를 만났다. 16일 펼쳐진 결승전은 시작 전부터 온 국민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최초의 우승을 바라는 시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거리 응원을 펼쳤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시간에 열리는 경기였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이강인이 전반 초반 페널티 킥 골을 성공시키며 1-0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에 연속 3골을 내주며 패했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과 대회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의 활약, 21명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앞으로의 한국 축구를 기대케 했다. 지난 3주 동안 국민들에게 꿈 같은 감동을 선사했던 대표팀은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U-20 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U-20 축구대표팀은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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