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아이 3명 낳아야” “성소수자 커플 생산성 없다”… 당 인사들 잇단 설화에 반감만
일본 자민당이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 앞서 젊은 여성 표심을 겨냥해 패션잡지인 ‘비비(ViVi)’와 함께 전개 중인 광고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자민당은 “젊은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정부의 노후자금과 관련한 대응, 자민당 정치인들의 성차별 관련 발언과 맞물려 오히려 풍자대상이 되고 있는 탓이다.
자민당은 10일부터 비비와 협업한 광고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발신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젊은층과 여성 등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자민당 2019’ 홍보전략 차원이다. 이에 따르면 자민당이 내건 구호인 ‘신시대(NEW GENERATION)’가 앞면에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젊은 여성모델들이 “우리의 시대가 온다. 모두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어?”라고 묻는다. 모델들이 입은 티셔츠 뒷면엔 권리 평등, 문화 공존, 동물 보호 등 13가지 메시지가 적혀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메시지의 티셔츠 사진을 ‘#자민당 2019’ 등과 함께 트윗하면 13명에게 티셔츠를 선물한다.
정작 비비의 공식 트위터엔 “패션지가 자민당 기관지가 된 건가” “자민당은 최소 3명의 아이를 낳으라는 아저씨가 있으며 LGBT(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의원을 사직시키지 않는 정당” 등의 비판이 적지 않다. 그간 성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자민당 정치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쿠라이 요시타카(櫻井義孝) 전 올림픽담당 장관은 지난달 “아이를 최소한 세 명 정도는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스키다 미오(杉田水脈) 중의원 의원은 지난해 월간지 ‘신초 45’에 “LGBT 커플은 생산성이 없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최근엔 “100세 시대의 노후생활을 위해 2,000만엔(약 2억1,800만원)이 필요하다”는 금융청 보고서를 부인한 정부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 부부가 30년간 더 살기 위해선 연금수입 외에 2,000만엔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야당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이던 2004년 당시 연금 개혁을 거론하며 “100년 안심개혁이라고 홍보해 놓고 이제 와서 국민들에게 2,000만엔을 더 모으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의원 선거의 쟁점이 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그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 작성한 보고서를 공식문서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100년 안심’을 강조하던 정부가 사실상 연금 부족을 자인한 꼴로, 젊은층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비비의 공식 트위터에도 “티셔츠보다 연금이 갖고 싶다” “모델들의 이상과 자민당이 하는 일은 정반대” “2,000만엔을 저축하기보다 자민당ㆍ공명당(연립여당)을 떨어뜨리는 편이 훨씬 간단합니다”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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