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미스대구 진 이혜주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평창올림픽에서 다 배웠어요.”
2019 미스대구 진 이혜주(21ㆍ경북대 패션디자인학3)씨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피켓을 들고 활약했다. 그때 입은 ‘눈꽃요정’ 의상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의상을 제작한 금기숙 디자이너 때문이었다. 봉사자 30여명의 몸매에 맞추어 제작한 의상을 하나하나 입히는 모습을 보면서 그 정성과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
“‘눈꽃요정’ 의상 하나를 제작하는데 엄청난 양의 철사가 들어갔어요. 그걸 펜치로 일일이 구부리고 구슬을 달아서 의상을 만들었죠. 의상의 형태와 길이 구슬의 색이 다 달랐어요. 그 정성이 감동이었어요. 금 교수님 작품이 그토록 호평을 받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씨는 “색과 선이 아니라 감동을 담아내는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지만 금 교수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희미하던 부분들이 명백하게 정리가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전해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금 교수님 작업을 보면서 의심이 완전히 걷힌 셈이죠. 세계가 감동했으니까요.”
감동을 전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봉사활동을 하면서였다. 전공을 살려 벽화를 많이 그렸다. 벽화 활동 중에 크고 작은 진심과 감동을 마주쳤다.
“충북 음성에서는 할머니에게 식혜 한잔을 대접받았어요. 그렇게 달달한 식혜는 생전 처음이었어요. 식혜 한잔이 맛의 즐거움을 넘어 근사한 시나 노래 한편보다 더 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아이들의 요청도 많았다. 주로 ‘뽀로로’나 만화 캐릭터들이었다. 그러다 벽화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여자아이를 만났다.
“여자아이가 다가와서 저에게 말했어요. ‘우리집이 저기에요. 저 벽에도 그림을 그려주세요. 그림을 보면 엄마가 무척 좋아할 거예요.’ 아이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니 제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때의 감동이 영원히 잊히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의 식혜, 아이들의 꿈, 엄마를 생각하는 여자아이의 배려심, 이 모든 것이 디자인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은 보여주는 것이지만 색과 선, 형태 같은 보여지는 것보다는 그 뒤의 보이지 않는 진정성이나 철학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발로 뛰면서 세상의 감동을 담아내는 열정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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