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 최대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접속이 완전히 차단됐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30주년, 최근 홍콩 대규모 시위로 조성되고 있는 중국 비판 여론이 한국 웹사이트를 통해 자국민들에게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주요 도시 인터넷 이용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앞서 톈안먼 사태 30주년이었던 지난 4일 ‘http’로 시작되는 네이버 페이지가 막혔어도 암호화한 ‘https’ 페이지로는 접속할 수 있었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네이버 서비스 중 블로그와 카페는 지난해 10월부터, 또 다른 인터넷 포털 ‘다음’은 올해 1월부터 접속이 각각 차단됐다.
베이징 현지에서는 톈안먼 사태 30주년, 홍콩 시위 등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 수준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연일 열리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물결이 100만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거세지자 ‘정부에 불리한 소식으로부터 자국민을 최대한 떼어 놓아야겠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최대 검색서비스 바이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최근 ‘홍콩’ 검색 횟수가 급증하는 등 중국 국민들도 홍콩 시위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를 통해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를 변조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직접 사이트 접속을 막으려면 공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을 통해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뜻이다. DNS가 변조되면 네이버 접속에 필요한 공인 IP 주소 대신 엉뚱한 IP 주소가 주어져 접속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과 주재민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 기업의 베이징 주재원은 “지난 2일부터 중국 내에서 VPN(우회 접속)마저 모두 먹통이 됐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측과 접촉해 한국 사이트 차단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는 비단 한국 포털 사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은 지난 12일 중국에 있는 IP주소 다수로부터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암호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위 참가자 등 당국의 감시를 피하려는 이들이 자주 사용한다. 또 중국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물론,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등 서방 언론과 홍콩ㆍ대만의 매체들도 차단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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