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ㆍ23)의 마약 의혹에 대해 결국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다. 이번엔 비아이뿐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도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제기된 의혹엔 양 대표와 YG가 조직적으로 소속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실을 은폐해왔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결백을 주장하며 사퇴했지만, 잇단 부실수사 의혹에 휘말렸던 경찰이 어디까지 치고 들어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경찰청은 14일 “3년 전 비아이 마약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라”고 경기남부청 마약수사대에 지시했다. 경기남부청은 곧바로 수사관 16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다. 수사대상이 많은 점을 고려, 광역수사대나 지능수사대가 수사를 하되 다른 인력이 지원하는 형식이다. 전담팀장은 마약수사대장이 맡았다. 비아이 마약 혐의에 대한 전면 재수사는 물론, 양 대표와 YG, 그리고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비아이 관련 의혹은 최근 방정현 변호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접수하면 불거졌다. 3년전 경기 용인경찰서는 마약 수사를 하다 가수 연습생이던 한서희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한씨로부터 비아이의 마약 투약 관련 진술을 받았다. 한씨는 “바아이에게 대마초도 구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후 수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나중에 한씨가 “비아이에게 마약을 구해다 준 적이 없다”고 진술을 뒤집었다는 이유에서다.
한씨는 지난 4월 방 변호사를 만나 ‘당시 비아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양 대표의 협박을 받은 자신이 진술을 뒤집었기 때문’이란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변호사는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양 대표가 석방된 한씨를 불러다 ‘너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쉽게 할 수 있다. 내가 사례도 하고 변호사도 선임해 줄 테니 경찰서에 가서 모든 진술을 번복하라’고 외압을 가했다”고 한씨의 주장을 전했다.
한씨 본인도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다 직접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한씨는 “난 이미 과거 마약 투약 등으로 죗값을 치르고 있는 만큼 감형 받기 위해 이런 호소를 하는 게 아니다”며 “이 사건은 양 대표가 직접 개입해 협박하고, 경찰과 유착한 것이 핵심 포인트다. 제보자가 저란 이유로 저에게만 초점이 쏠리는 게 걱정이다”라고 썼다.
방 변호사는 올해 초 불거진 ‘버닝썬 스캔들’ 당시 가수 정준영의 단톡방 등을 제보받아 공익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씨도 그걸 보고 방 변호사를 통해 공익신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치명적인 대목은 양 대표가 한씨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마약검사를 하더라도 우리 연예인들은 안 나올 거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마약검사기를 가지고 검사를 하고 적발이 되면 일본에 보내 수액을 맞히는 식으로 마약 성분을 배출해내기 때문에 마약 성분이 적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한씨의 주장을 방 변호사가 전달한 내용이지만, 이 발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YG와 소속 연예인 전부를 털어봐야 할 지도 모른다.
YG는 발칵 뒤집어졌다. 그간 탑, 지드래곤, 박봄, 쿠시 등 소속연예인들의 마약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YG는 ‘우리만의 자유분방한 문화 속에서 벌어진 개인적 일탈’라는 이유로 버텨냈다. 하지만 이제 양 대표와 YG 전체가 의혹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장 양 대표는 이날 오후 YG의 공식 블로그 ‘YG 라이프’에다 “오늘 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며 “더 이상 저로 인해 피해가 가는 상황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양 대표는 관련된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사실처럼 이야기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왔다”며 “현재의 언론 보도와 구설의 사실관계는 향후 조사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양 대표의 동생 양민석 YG 대표도 사임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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