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쁜 청와대” 비판 하루 만에… 극한 대치 속 추경 등 협조 요청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4일 전격 회동했다.
강 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를 찾아 나 원내대표와 40여분간 비공개 면담했다. 극한 대치 상태를 풀면서 시급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 수석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그 동안 소통이 부족했다면 더 많이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나 원내대표도 더 자주 많이 소통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방문은 나 원내대표가 전날 당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에서 강 수석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태워놓고 그 이후 찾아온 적이 한번도 없다”면서 “소통 노력 없이 야당을 무조건 압박하는 정말 나쁜 청와대”라고 목소리를 높인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강 수석은 “국회 파행 사태 뒤 나 원내대표가 ‘청와대는 빠지라’고 언급해 더는 연락할 수 없었을 뿐 이전까지 연락을 해왔다”며 반박했지만, 국회와 가교 역할을 하는 청와대 정무라인 수장인 만큼 더 이상은 한국당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게끔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강 수석은 “국회 문을 여는 것은 원내대표들끼리 잘 되리라 믿었다”며 “대통령께서도 원내 일은 원내끼리 잘하는 것이 좋고 서로 합의한 것을 요구해오면 적절히 판단해 대응하자는 지시사항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무수석인 저로선 5당 대표 회동,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1대1 회동을 위해 한국당 측 인사와 계속 연락해 왔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원내대표와 만나서 대화할 상황은 크게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정당해산 요구와 관련한 국민청원을 두고 “준엄한 심판” 등으로 답변하면서 한국당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정당해산 청구 관련 답은 정무수석실의 일상적 업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 해산 청원) 138만명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 33만명의 차이는 있지만 내용과 분량을 거의 똑같이 균형 있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야당 탄압” “선거 출마를 위한 얼굴 알리기 목적”이라는 한국당 주장에는 “전혀 무관하다. 그 동안 100회에 걸친 답변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보면 ‘아 이 문제는 이래서 정무수석실에서 해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 요건으로 추가로 내민 ‘경제실정 청문회’ 수용 여부에는 “국회가 합의되면 응하는 게 청와대의 위치”라며 “경제든 안보든 정치든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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