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ㆍ조현아 밀수품 살펴보니… 프랑스산 소파 등 허위 세관 신고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혱유예를 받은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재판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뉴질랜드산 초유부터 장난감, DVD, 자수용품, 해외 유명 브랜드 여성용 신발까지. 최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녀가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을 동원, 국내로 몰래 들여온 물품들은 명품부터 농산물까지 다양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주로 해외 식품과 도자기 등을 밀수입했다. 이 전 이사장이 대한항공 회장 비서실을 통해 지시하면 대한항공 해외 지점에선 이 전 이사장이 원하는 해외 식품 등을 사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실어 국내로 보냈다. 이 물품들은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수하물운영팀에서 세관ㆍ검역 신고 없이 입국장 밖으로 빼낸 뒤 비서실 직원이나 운전기사를 통해 이 전 이사장 집까지 배달됐다.

이 전 이사장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13년 5월 서울 종로구 집에서 대한항공 해외 지점장이 현지에서 사서 보낸 뉴질랜드산 초유를 배송 받는 등 지난해 3월까지 46차례에 걸쳐 터키산 살구, 도자기 등 시가 3,700여만원 상당 물품을 세관 신고 없이 밀수입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해외에서 구입한 인테리어 용품과 가구 등의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를 대한항공으로 허위 신고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1~3월 서울 성북구 평창동 자택에서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할 선반과 금속 장식, 철제가구를 대한항공 항공기를 이용, 미국 로스엔젤레스로부터 수입하면서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를 대한항공으로 허위 신고했다. 같은 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3,200만원짜리 소파를 수입하면서도 허위 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 여성용 신발 등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한 뒤 대한항공 해외지점으로 배송을 받아 대한항공 항공기로 국내로 몰래 들여왔다. 그는 2013년 5월 T사의 96만원 상당 여성용 신발 1켤레를 밀수입하는 등 지난해 5월까지 202차례에 걸쳐 8,800만원 상당 물품을 세관 신고 없이 해외에서 국내로 몰래 들여왔다.

조 전 부사장이 밀수입한 물품은 고가의 물품도 있으나 대부분 의류, 어린이 의류, 화장품, 장난감, 책 DVD, 문구류, 자수용품, 주방용품, 장식용품 등 일상생활용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차례 범행 중에 82.8%는 물품 가격이 50만원 미만 범행인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3일 오전 인천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벌금형과 함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고 3,700여만원 추징 명령을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480만원을 선고 받고 6,300여만원 추징 명령을 받았다. 이들 모녀는 각각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다. 밀수입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A(57)씨 등 대한항공 직원 2명은 선고가 유예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 사건이 실형을 선고할 정도로 중한 사건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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