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맵퍼스 대표가 서울 송파동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아틀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SW) 개발 업체 맵퍼스는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3차원 고정밀 지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맵퍼스 제공

“자율주행 시대에서는 3차원으로 제작된 고정밀 지도가 필수죠. 고정밀 지도가 앞으로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릴 겁니다.”

김명준 맵퍼스 대표가 자신 있게 말했다. 맵퍼스는 운전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브랜드 ‘아틀란’으로 잘 알려진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SW) 개발 업체다. 맵퍼스는 요즘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될 고정밀 지도(HD Map)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정밀 지도는 차선이나 도로 표시선, 신호등, 표지판 등 도로 정보는 물론이고 주변 지형의 3차원 형상까지 포함하는 지도를 말한다.

운전자에게 직접 도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제작된 기존 전자지도의 오차 범위는 10m 수준이다. 반면 차량이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에서는 훨씬 정밀한 전자지도가 필수 요소다. 맵퍼스는 오차 범위를 10cm 이내까지 줄여 차선의 실선, 점선, 정지선은 물론 각종 노면 표시의 미세한 단위까지 안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 마디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이 되겠다는 것이다.

맵퍼스는 전국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5,500km 구간에 대한 고정밀 차선 데이터를 확보했다. 여기에 일반 도로의 차선 데이터는 물론 도로 위 시설물 등에 대한 데이터를 더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수시로 바뀌는 도로 상황을 재빨리 감지하고 지도에 반영해 자동차에 도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맵퍼스는 이를 그때그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지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삼성전자, 파인디지털을 거쳐 2006년 맵퍼스를 창업했을 때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날개 달린 듯 팔려 나가던 시절이었다. 맵퍼스는 아틀란을 앞세워 단기간에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몇 년 가지 않아 스마트폰에 내비게이션이 무료로 탑재되는 시대가 되면서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많은 내비게이션 관련 업체들이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맵퍼스는 살아남았다. 2009년 흑자 전환 이후 지금도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차량에 탑재된 맵퍼스 내비게이션. 맵퍼스 제공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맞춤형 서비스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맵퍼스는 2016년 화물차 전용 내비게이션 ‘아틀란 트럭’을 출시했다. 아틀란 트럭은 차량 높이와 중량 등 상세 정보를 설정하면 이에 맞춰 통행이 불가능한 구간을 회피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한다.

또 같은 해 모바일과 연계된 ‘하이브리드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선보였다. 내비게이션이 스마트폰 테더링(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기기와 다른 기기를 연결하는 방법)을 통해 통신망에 연결되면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산 속 길로 들어가거나 응급 상황 발생 등으로 갑자기 통신이 끊기면 이 시스템은 원래 갖고 있던 알고리즘으로 자동 전환해 길 안내를 해준다. 김 대표는 이를 “휘발유로도 가고 전기로도 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은 개념”이라고 표현했다. 맵퍼스는 하이브리드 내비게이션을 일본 혼다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에는 전기차 특화 내비게이션 ‘아틀란 전기차(EV) 모드’를 업계 최초로 내놔 주목을 받았다.

맵퍼스는 연구개발(R&D)에 꾸준히 공을 들인 덕에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맵퍼스 직원은 90% 이상이 엔지니어고, 매년 매출의 30% 이상을 R&D 비용에 투자한다. 김 대표는 “내비게이션은 자동차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술로, 자동차의 진화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왔다”며 “R&D 투자는 결국 맵퍼스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버텼다”고 회상했다.

맵퍼스 차량이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될 고정밀 지도(HD Map) 개발을 위해 도로를 달리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맵퍼스 제공

맵퍼스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지도 제작 자동화 시스템에도 뛰어들었다. 그 동안 전자지도 소프트웨어는 모든 데이터 확보가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맵퍼스 엔지니어들은 매년 지구의 10바퀴 반 이상의 거리를 달려야 했다. 반면 AI를 통한 지도 제작 자동화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통해 도로의 시설물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하고 자동으로 추출해 데이터를 구축한다. 맵퍼스는 AI 기법의 하나인 딥러닝 기반의 영상 인식 기술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을 위한 고정밀 지도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AI 시스템을 지도를 자동 업데이트하는 기술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맵퍼스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지만 그 원천인 지도 기술 전반을 다루는, 국내 유일의 전자지도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는 자율주행 기술 특화 기업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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