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20 대표팀 ‘캡틴’ 황태현 아버지 황수환(47)씨
※’폴란드로 부치는 편지’는 U-20 대표팀을 향한 격려 메시지를 편지 형태로 정리해 전달합니다.
아들아.
가족들과 함께 둘러 앉아 네가 뛰는 경기를 생방송으로 모두 봤다. 너무 조마조마해서 8강전 때는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 아버지는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도 마찬가지였겠지. 환호와 위기의 매 순간마다 너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도 뛰었단다. 4강전이 끝났을 때는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
주장답게 친구들과 동생들을 잘 챙기고 있다고 들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나 못 뛰는 선수들, 감독님부터 코칭스태프까지 사소한 부분들까지 잘 챙겨야 한다. 말수가 많지는 않지만 상대 마음을 잘 살피고 항상 꼼꼼했던 너였기에 작은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감독님의 지시를 그라운드에서 잘 수행하는, 그런 ‘캡틴’이 되길 바란다.
너는 화려하지 않은 선수다. 수비수는 묵묵히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그런 자리다. 스포트라이트도 당연히 다른 선수보다 적게 받고 있다. 또래보다 늦은 초등학교 4학년에 축구를 시작한 데다, 유연성이나 개인기도 부족했지. 그래도 너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연성이 부족하니까 요가를 해보란 말에 당장 요가를 시작했고, 피지컬을 키우기 위해 줄넘기를 하란 말에 너는 매일 같이 줄넘기를 뛰었어. 어느 순간 유연성이 좋아지고 2단 뛰기를 1,000개 이상을 하게 됐지. 나와 약속했던 야간 훈련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번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쌓여 지금의 네가 됐구나. 그런 네 노력을 알기에 아버지는 오늘이 놀랍지가 않다.
이제 드디어 결승전이구나. 너희 엄마와 형, 동생부터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다 온 친척들이 모두 광양 시내에 나가 너를 응원할 예정이다. 정말 가슴이 터지도록 자기 열정을 다 쏟았으면 좋겠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해라. 혹시나 지더라도 좌절하지 말아라.
이 대회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니까. 사랑한다.
아버지가.
정리=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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