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카와이 레너드(오른쪽)가 14일 미국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NBA 파이널 6차전에서 우승에 가까워지자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고개를 떨군 골든스테이트 스테판 커리. 오클랜드=AP 연합뉴스

아이스하키의 나라 캐나다는 오랜 시간 프로스포츠에 열광할 일이 많지 않았다. 특히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종목인 아이스하키마저 미국 팀들에 열세를 보여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파이널은 최근 8년간 남 얘기였다.

아이스하키의 쇠퇴로 의기소침했던 캐나다 국민들이 최근 다시 스포츠로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 캐나다 국민을 흥분시킨 건 아이스하키가 아닌 농구다. 올해 캐나다 유일의 미국프로농구(NBA) 팀 토론토 랩터스가 창단 후 처음으로 파이널에 진출했고, 5차전은 무려 1,340만명이 TV 중계로 지켜봤다. 캐나다 인구(약 3,700만명)를 볼 때 세 명 중 한 명이 시청한 셈이다.

‘팀 캐나다’로 통한 토론토가 마침내 NBA 73년 역사상 우승 트로피를 사상 처음 미국 국경 밖으로 가져왔다. 토론토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NBA 파이널(7전4승제) 6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4-110으로 꺾었다. 4승2패로 시리즈를 마친 토론토는 이로써 1995년 팀 창단 이후 24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캐나다 연고 팀이 미국 스포츠리그에서 우승한 건 1993년 야구 토론토, 같은 해 아이스하키 몬트리올 이후 26년 만이다.

수천명의 토론토 팬들이 오클랜드 거리에서 열광하고 있다. 오클랜드=AP 연합뉴스

토론토의 영웅은 카와이 레너드(28)였다. 올 시즌 트레이드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떠나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레너드는 파이널에서 평균 28.5점을 넣고 슛 성공률 43%를 기록했다. 우승을 확정한 6차전에서도 22득점과 수비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쳐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2014년 샌안토니오 시절 파이널 MVP 수상에 이은 2번째 타이틀이다.

또한 동부콘퍼런스(토론토)와 서부콘퍼런스(샌안토니오)에서 모두 MVP를 휩쓴 NBA 최초의 사나이가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 기간 레너드가 기록한 732점은 마이클 조던(1992년 759점), 르브론 제임스(2018년 748점) 이후 세 번째 최다 득점이다. 이겨도, 져도 표정 변화가 없어 ‘무표정의 에이스’로 불렸던 레너드는 이날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MVP에 선정된 레너드. 오클랜드=AP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레너드를 ‘슈퍼팀 킬러’로 표현했다. 레너드는 올해 파이널에서 스테판 커리-클레이 톰슨-케빈 듀란트의 삼각편대가 버티는 골든스테이트의 3연패를 막아 섰고, 5년 전엔 제임스-드웨인 웨이드-크리스 보시를 앞세워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마이애미 히트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당시 그는 평균 17.4점 6.2리바운드와 함께 상대 에이스 제임스를 꽁꽁 묶었다.

토론토 동료 카일 라우리는 “NBA 선수 가운데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최고의 선수”라고 레너드를 치켜세웠다. 레너드는 “단지 열심히, 또 열심히 목표를 위해 집중했다”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이번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그는 “팀 동료, 코칭스태프와 지금 기분을 즐기고 싶다”며 “거취는 나중에 생각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의 부상 공백에 이어 6차전 도중에는 톰슨까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는 악재가 겹쳐 준우승에 머물렀다. 더구나 이날 경기는 골든스테이트의 오라클 아레나 마지막 경기여서 아쉬움도 컸다. 1971년부터 이 곳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한 골든스테이트는 5년 연속 파이널 진출이라는 영광의 시대를 구가했다. 2019~20시즌부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새 경기장으로 옮겨간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