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대표 이어 위너 이승훈도 ‘비아이 마약 은폐’ 연루 의혹 
 “비아이 마약 의혹 진술 조서에서 사라져” 경찰 유착 의혹 꼬리 물어 
 양 대표 “모든 직책 내려 놔” YG 설립 21년 만에 ‘불명예 퇴임’ 
서울 마포구에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뉴스

YG엔터테인먼트(YG)가 소속 연예인의 마약 논란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가 소속 아이돌 그룹 아이콘 멤버인 비아이(본명 김한빈ㆍ23)의 마약 수사 무마를 위해 당시 가수 지망생이자 제보자였던 한서희씨를 회유, 협박했다는 의혹에 이어 비아이의 동료이자 다른 아이돌 그룹 위너 멤버인 이승훈이 회사 관계자와 한씨의 만남을 주선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양 대표가 한씨를 만난 뒤 비아이와 함께 범죄를 저질렀다는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 조서에는 비아이 관련 대목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YG와 경찰 유착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양 대표는 14일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으나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일본서 수액 맞혀 마약 성분 배출” 

한씨를 대리해 국민권익위원회에 YG 마약 의혹 재수사 관련 공익 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건 내용과 경찰 수사 관련 의문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방 변호사에 따르면 한씨는 2016년 8월22일 비아이와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한씨는 바로 이튿날인 8월23일에 서울 마포구 YG 사옥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양 대표가 한 씨에 비아이의 마약 관련 진술을 삼갈 것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한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처벌받지 않게 해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 변호사는 한씨의 옛 1, 2회 신문 조서를 열람해 본 결과, 한씨가 비아이의 범행을 진술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고도 했다.

한씨는 당시 조사에서 비와이와 대마초를 함께 피웠고, 마약류로 지정된 향전신성의약품인 LSD를 구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변호사는 “양 대표가 ‘마약 검사를 하더라도 우리 연예인들은 안 나올 거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마약 검사기를 가지고 검사를 하고 적발이 되면 일본에 보내 수액을 맞히는 식으로 마약 성분을 배출해내기 때문에 마약 성분이 적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YG가 소속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뒤에서 조직적으로 관리한 꼴이 돼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양현석 YG엔테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YG 제공
 ◇ “이승훈이 한씨와 YG 관계자 연결” 

비아이로 다시 불거진 ‘YG 마약 논란’의 불똥은 이승훈에게로 튀었다. 이날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이승훈은 비아이의 마약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한씨에게 YG 관계자와의 만남을 제안했고, 자리도 만들어줬다. 이승훈과 한씨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양 대표는 한씨와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외압 의혹은 부인했다. 다만 YG를 둘러싼 잡음이 거듭되자 이날 입장문을 내 “오늘 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알렸다. 1998년 YG를 설립한 그가 21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YG는 이승훈의 비아이 마약 은폐 의혹 연루에 대한 입장을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이승훈이 한씨와 YG 관계자의 만남을 주선한 게 사실이라면 그의 그룹(위너) 활동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YG 제작 음악 소비 거부” 보이콧 잇따라 

YG를 둘러싼 마약 논란이 끊이지 않자 비판 여론도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2일 ‘YG의 연예계 활동 정지를 요청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YG 소속 연예인들이 끊임없이 마약 사건에 연루됐고, 모든 게 의혹이라고 하기엔 기획사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 모든 방송 출연을 중단시켜야 한다’라는 게 청원의 골자다. 이 청원엔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YG 콘텐츠 소비 거부 움직임도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최근 ‘YG 보이콧 성명문’을 냈다. 빅뱅 멤버였던 승리의 ‘버닝썬 사태’ 연루 이후 양 대표 등 여러 YG 관계자들이 사회적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데 대한 반발이다.

엠넷 갤러리 회원들은 “YG가 K팝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에 YG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엠넷 갤러리는 케이블 음악 방송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연습생이나 워너원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팬이 모인 커뮤니티다.

올 봄 일부 대학에서는 YG 가수가 축제 무대에 서는 것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명지대학교에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그간 연예계에 많은 사건, 사고들이 벌어졌지만 특정 연예 기획사를 상대로 대중적인 보이콧 움직임이 일기는 이례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YG에 유독 마약 논란이 잇따랐는데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대중의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능동적으로 스타를 소비하는 팬덤 문화로 변화해 소비자로서 직접 YG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마약 의혹 ‘사면초가’ 

YG는 빅뱅과 2NE1, 블랙핑크 등을 배출한 명문 K팝 기획사인데, 수년 전부터 ‘약국’이라는 오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가 대마초 흡연을 비롯해 향정신성의약품 반입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잇따라 일으킨 데 대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약국은 YG의 영어 이니셜과 약물 이슈를 합성해 만들어진, 비아냥 섞인 조어다.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을 비롯해 작곡가 쿠시 등이 잇따라 마약 논란에 휘말렸고, 쿠시는 지난달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YG의 자유를 표방한 특유의 ‘방종 문화’가 ‘일’을 키웠다. 힙합 음악이란 특성을 내세워 연예인의 자유만 강조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의 환기를 간과해 반사회적 사건에 연루되는 연예인이 속출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에서 YG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선이다.

반복되는 연예인 마약 구설에 이어 YG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기획사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YG의 조직적 쇄신이 절실해졌다”며 “창작을 위해 자유와 개성만 강조하는 매니지먼트 방식의 약점이 YG 사태를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고, 책임 있는 기획사의 역할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운영 방안을 내놔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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