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마지막 국회 본회의(4월 5일)가 열린 지 71일째다. 기록적인 국회 파행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 있겠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막판 협상을 꼬이게 한 주된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당은 지난주 정치개혁특위 등의 재구성을 등원 조건으로 요구하더니, 13일에는 ‘경제실정 청문회’ 개최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새로 내걸었다. 말로는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추가경정 예산안의 발목을 잡은 지 50일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추경의 필요성을 따지기 위해 청문회를 열겠다는 건 국회를 계속 외면하겠다는 정치 공세에 다름 아니다.
오죽 답답했는지 중재를 맡아온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4일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주에는 국회 문을 열겠다”며 국회 정상화 합의가 끝내 불발되면 단독으로라도 6월 국회를 소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전날에도 “이번 주말까지 국회가 문을 열지 못하면 한국당을 빼고 여야 4당으로만 국회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한국 경제는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외 경제여건은 악화일로이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투자와 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한가하게 등원 조건을 내걸거나 명분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 등의 본회의 처리율은 20%대에 불과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9대 국회 처리율이 34.2%로 최악의 국회라고 했는데 최악의 기록을 깰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4ㆍ3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배지를 단 지 71일 됐지만 ‘선서’ 때 국회에 한 번 가보고 그다음부터 문이 잠겼다”며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당은 무조건 국회 정상화에 협조해야 한다. 장외에서 막말 정치를 하는 게 지지층 규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 80%가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까닭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민생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오만한 청와대와 여당 때문에 국회 문을 못 열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한국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여야 4당만이라도 국회를 소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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