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단칼에 거절했다. 여기에 오만 해상에서 벌어진 유조선 피격 사건까지 맞물려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파르스통신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말에 “나는 트럼프를 메시지를 주고받을 만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에 대한 답변은 없고, 앞으로도 답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 총리와의 회담일 뿐이다. 불만이 있긴 하지만 우린 일본을 친구로 여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핵합의를 재협상할 의지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메네이는 “미국과 5∼6년간 핵문제를 협상해 핵합의를 성사시켰지만 미국이 탈퇴해버렸다. 모든 합의를 망치는 나라와 재협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또 아베 총리가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고 전하자 “우리는 핵무기를 반대하고 이미 종교 칙령으로 이를 금지했다”면서도 "우리가 핵무기 개발을 원한다면 미국이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하메네이는 또 ‘미국이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려 하지 않는다’는 전달사항에 “미국이 이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진즉 그렇게 했겠지만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답했다. ‘미국과 대화하면 이란이 발전할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대화 권유에는 "알라의 가호로 제재 속에서 미국과 협상하지 않고도 우리는 번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중재 역할을 자처한 아베 총리는 빈손으로 이란 방문을 마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이날 트위터에서 “아베 총리가 이란에 간 것은 고맙지만, 개인적으로 이란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고 했다. 또 공교롭게도 이날 오만해에서 일본 선박을 포함한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됐다는 소식마저 전해졌다. 미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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