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스턴 에머슨대에 재학 중인 프랜시스 후이. 워싱턴포스트 캡처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 중인 한 대학생이 스스로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밝혀 중국인들에게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받으려는 홍콩과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사이의 갈등이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모습으로 표면화하는 형국이다.

1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보스턴 에머슨대에 재학 중인 프랜시스 후이는 지난 4월 대학 교지에 ‘나는 중국이 아닌 홍콩 출신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후이는 “나는 내가 속하지 않은 나라(중국)가 소유한 도시(홍콩) 출신”이라며 “홍콩에선 많은 사람은 옥스퍼드 사전이 2014년 등록한 ‘홍콩인(Hongkonger)’이라는 단어로 스스로를 칭한다”고 했다. 또 “내 도시(홍콩)의 핵심 가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가치는 인터넷을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를 투옥하는 중국과 거리가 멀다”며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후이가 칼럼을 쓰게 된 건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요한 한 행인 때문이었다. 버스에서 만난 이 남성은 후이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고는 후이가 “홍콩에서 왔다”고 답하자 “당신은 중국인이다.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후이는 이 경험에 대해 WP에 “매우 모욕적이었다. 정체성은 개인적인 것이고, 이게 내 정체성”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후이의 글이 공개되자 중국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이 칼럼은 중국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위챗은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중국인들은 후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당신이 부끄럽다” “부모님이 당신을 부끄러워할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중국 학생 200명 이상이 모여있는 위쳇 단체대화방에선 후이를 “사이코”라고 불렀고, 한 학생은 그를 캠퍼스에서 봤다며 “아무런 힘도 없는 왜소한 여자애였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후이는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물리적 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공포에 질렸다”고 털어놨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 받으며 2047년까지 홍콩의 자체적인 정치ㆍ사법ㆍ경제 시스템을 인정하는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4년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친중파’인 캐리 람이 2017년 홍콩 최고지도자인 행정장관에 취임하면서 중국의 입김이 더욱 거세졌다. 최근에는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두고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홍콩 시민들과 중국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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