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10년 만에 안방 복귀
이정재는 충무로 흥행 보증수표 중 하나다. 영화 ‘도둑들’(2012)과 ‘암살’(2015)은 1,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신과함께’ 시리즈 2편 모두에 염라대왕으로 특별 출연해 각각 1,000만 영화를 만들었다. ‘관상’(2013) 등을 통해 연기력이 한 단계 진화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1993년 SBS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 ‘모래시계’(1995)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안방극장에서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2009년 MBC ‘트리플’이 그의 마지막 드라마 출연이었다.
이정재가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으로 10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오는 14일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는 제목이 명시하듯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관을 화면 중심에 세운다. 국회의원 배지를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권력암투가 주된 내용이다. 총 20부작으로 시즌2 방송까지 확정됐다.
이정재가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했다. 의도치 않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다. 이정재는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더 늦기 전에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 했었는데, 마침 받아본 ‘보좌관’의 기획과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출연을 마음먹었다”며 “10년 전 드라마 촬영 현장과 비교했을 때 여러 가지가 크게 개선됐고, 선배 및 동료 배우와 호흡이 좋아 촬영을 수월하게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이정재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그의 10년 간의 영화 흥행 성적과 물이 오른 연기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기대였다. ‘보좌관’을 연출한 곽정환 PD는 일찌감치 이정재의 캐스팅을 확정한 후 다른 배역을 맡을 배우들을 물색했다. 드라마에는 신민아와 정진영, 정웅인 등도 출연한다. 1명만으로도 화면을 꽉 차게 할 배우들이다. 곽 PD는 “처음에 캐스팅을 할 때마다 다들 승낙해줘 너무 놀랐다”며 “나중에 물어보니 이정재와 함께하고 싶어서 출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웃었다. 영화 ‘사바하’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진영은 “이정재는 감정을 잘 주고 받는 배우”라며 “연기 중 감정이 같이 고양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방송업계와 이정재에게 ‘보좌관’은 도전적인 드라마다. 2015년 KBS2 드라마 ‘어셈블리’도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다뤘으나, 한자릿수 시청률을 넘지 못했다.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이정재는 드라마에서의 상대적 부진을 씻어내야 한다. 그는 ‘모래시계’를 제외하면 별다른 히트 드라마가 없다. 하지만 이정재는 시청률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말을 강조했다. 흥행보다는 작품성을 우위에 두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이정재는 “시청률이 여러모로 중요하지만, 너무 신경을 쓰면 작품이 애초 방향과 다르게 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대치에 못 미치더라도 현장에서 좋은 드라마를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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