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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다스 소송비’ 명세서 내밀자… 삼성도 부인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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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다스 소송비’ 명세서 내밀자… 삼성도 부인 못했다

입력
2019.06.14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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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보자 “삼성, 이명박 前대통령 다스 소송비 50억원 추가 납부” 

 법원은 추가 뇌물 병합 곧 결정… MB 변호인 “불평등 처사” 반발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삼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송비 50억원을 추가로 납부한 사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자료를 넘긴 공익 제보자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이 권익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는 놀랍게도 미국 로펌에서 청구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 삼성 측에 보낸 거래 명세서(인보이스ㆍinvoice)도 포함돼 있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공익제보자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10장 이상의 거래 명세서를 제출하며 "삼성 미국 법인이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고 폭로했다. 명세서는 2008년에서 2011년 다스 소송을 진행했던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가 삼성의 미국 내 법인에 보낸 영문 서류였다. 10차례 이상 발송된 이 서류에는 ‘다스 관련 소송비 청구’라는 목적이 분명히 기재돼 있었으며 청구 금액은 총 60억원이었다. 권익위에 제보된 자료에는 삼성 본사가 미 법인에 소송비를 송금한 시기 등도 구체적으로 특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달 말 이 같은 내용의 권익위 제보를 이첩 받은 뒤 삼성 본사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보 내용을 대부분 확인했다. 소송 당사자가 아닌 삼성 측이 “인보이스를 수령했다”는 미 법인의 보고를 받은 즉시 청구 금액을 미국으로 송금한 사실도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초 소환 조사를 받은 삼성 관계자들은 너무도 명확한 증거에 뇌물 제공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죄에 대한 1심 판단.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죄에 대한 1심 판단. 그래픽=박구원 기자

검찰이 뒤늦게 확인한 뇌물 액수는 60억원이지만 지난 10일 공소장 변경 의견서를 통해 추가 뇌물죄로 적용한 액수는 50억원이다. 검찰이 지난 해 삼성 측 압수수색을 통해 2011년 소송 대납비 10억원과 관련된 증거는 이미 확보해 뇌물죄로 기소했고, 이 액수는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삼성 관련 뇌물액 61억8,000만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삼성이 중요 서류 보존 기간을 7년으로 설정해놓아 지난 해 압수수색에선 2011년 자료까지만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성한 2008년부터 소송이 진행됐던 만큼 2011년 이전 소송비 대납은 의심만 했는데 예상치 않은 데서 증거가 덩굴째 굴러 들어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50억원의 추가 뇌물 혐의를 병합할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기소된 소송비 대납 뇌물죄와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범죄(포괄일죄)라 공소장 변경을 통해 한 번에 선고해야 한다”며 “형사소송법상 포괄일죄 혐의를 별도 기소하면 오히려 이중 기소의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재판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사전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혐의를 추가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매우 불평등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충분히 의견을 청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초 예정된 17일 결심 기일을 연기한 채 몇 차례 더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1심에서 인정한 삼성 관련 뇌물액수는 61억원으로 50억원의 소송 대납비가 추가 뇌물로 포함되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규모가 100억원대로 늘어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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