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외부의 압력이 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조되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이달 28~29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담판에 나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술로 보인다.
무역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류 부총리는 13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제11회 루자쭈이(陸家嘴) 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확실히 외부의 압력에 직면했다”며 “이 같은 압력은 우리의 혁신ㆍ자주 능력을 높이고 고속 발전에 속도를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데이터를 놓고 정책을 재촉하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분석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질적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경제는 평온한 발전을 유지하면서도 고용률,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 지표가 합리적 구간에 있다”고 자평했다. 미국과 충돌하면서 당장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비칠지 몰라도, 오히려 중국 경제가 건전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단기적인 경기부양이나 대증요법에 급급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류 부총리는 이날 무대 전면의 대형 스크린에 중국의 각종 경제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띄우면서 직접 브리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는 “중국의 수입과 수출이 계속 늘어나고, 국내 시장은 세계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자본시장 발전과 투자자 보호로 시장화ㆍ법제화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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