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KBS 후배인 고 대변인은 왕선배인 민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천렵질’에 비유하자 “대변인은 본인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일침을 날렸다.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해 누구보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잘 아는 민 대변인이 동종업계의 ‘상도의’를 저버린 채 막말을 퍼부었다는 후배의 비판이다.

민경욱(56)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언론계에서 정치권으로 옮겨간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소환되는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5월 KBS 앵커에서 하루 아침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변신한 이력 때문이다. 특히 그는 내정 통보를 받고도 발표 당일 아침 보도국 편집회의까지 참석했다가 사표를 내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기자의 자존심마저 헌신짝처럼 내버린 선배”로 기억됐다. 올 초 MBCㆍ한겨레 논설위원이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으로 직행하자 민 대변인이 다시 불려나온 이유다.

□ 청와대 시절 ‘세월호 라면 발언’ 등 숱한 설화를 일으킨 그는 이 경력을 발판 삼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인천 연수을) 간판으로 당선, 정치인으로 또 변신했다. 기회마다 자리를 옮기는 전형적인 폴리널니스트 방식이다. 원내대변인 홍보위원장 등을 지낸 그를 다시 대변인으로 발탁한 사람은 황교안 대표다. 양지만 좇는 폴리널리스트의 생리를 간파한 인사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역구민 앞에서 침을 뱉어 구설에 오른 그의 실력은 강원 산불 때 “여기도 불, 저기도 불”이라며 경박하게 비아냥댄 데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 KBS ‘왕선배’인 그를 향해 고민정(40) 청와대 대변인이 며칠 전 “대변인은 본인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변하는 조직과 사람의 입장을 말하는 자리”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문제삼아 “부엌 아궁이 달궈놓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처럼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비난해서다. 고 대변인은 특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 누구보다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을 잘 아는 사람이 ‘천렵질’ 운운한 것을 꼬집으며 말 같지도 않은 선배의 막말에 대꾸할지 말지를 밤새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 이쯤 되면 민 대변인의 낯이 뜨거워질 법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은 막말이 아니라 유머 섞인 비유라고 강변하면서 “제1 야당 대변인으로서 더욱 가열차게 정부ㆍ여당 비판에 나서겠다”며 ‘닥치고 진격’을 외쳤다. 문 대통령의 노르웨이 일정을 빗대 “나도 피오르 해안을 관광하고 싶다”는 글도 띄웠다. 그러자 막말 금지령을 내렸다가 당내 반발에 부닥친 황 대표도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막말”이라며 돌아섰다. 후배 고 대변인의 고민은 더 깊어지겠지만 그들을 보는 필자의 마음도 몹시 불편하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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